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출발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수천억 원의 지원금이 정작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산 브랜드가 아닌 바다 건너 수입차 업체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성비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고 한국 시장에 상륙한 중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싹쓸이 현상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 뼈아픈 일격을 가하고 있다.
보조금 정책은 본래 국산 전기차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이른바 국산 우대 정책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수입 전기차는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을 맞추기 까다로운 반면 국산차는 수백만 원 규모의 혜택을 온전히 누려왔다.

하지만 이 혜택이 오히려 국산 전기차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사과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산차들이 보조금을 포함한 최종 가격표에 기대어 안일하게 상품을 기획하는 동안, 수입차들은 보조금 없이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 압도적인 상품성과 자체 가격 경쟁력을 갈고닦았기 때문이다.
보조금 끊기자 드러난 엇갈린 성적표
이러한 모순은 지난해 12월 전국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일제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판매량 수치로 적나라하게 입증됐다.
보조금이라는 생명줄이 끊기자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속절없이 곤두박질쳤다. 반면 보조금 의존도가 낮았던 테슬라와 BYD는 같은 기간에도 각각 4천 대와 1천 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흔들림 없는 자생력을 과시했다.
안방 꿰찬 중국 BYD, 1년 만에 시장 판도 뒤집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단연 중국의 전기차 공룡 BYD다. 지난해 1월 한국 승용차 시장에 공식 출사표를 던진 BYD는 불과 1년 만에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BYD는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무려 6천107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수입 전기차 판매 2위 자리를 꿰찼다.
소형 전기차 돌핀과 아토3, 씨라이언7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보조금을 더할 경우 2천만 원대라는 파격적인 실구매가를 완성한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덩치를 키운 중국 기업이 이제는 한국 국민이 낸 세금까지 지렛대 삼아 국내 안방 시장을 매섭게 집어삼키고 있는 형국이다.
“보조금 환상 깰 때”… 진짜 경쟁력 증명해야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산 전기차들이 한국의 보조금 제도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보조금에 의존하는 낡은 가격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안방 시장을 완전히 내어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조금의 시대는 점차 저물어가고 있으며 혜택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축소될 전망이다. 혈세가 수입차의 배를 불리는 촌극을 멈추기 위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이라는 달콤한 환상에서 깨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진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