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출 비중 63% 돌파 눈길
HBM 수요 급증으로 역대급 실적
차입금 6.7조원 감소 재무구조 개선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의 급격한 성장 비결을 한 마디로 압축한 문장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수혜를 누렸다.
20일 공시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매출이 2.6배나 급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6.7조원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AI 특수로 미국 매출 급성장, “빅테크 덕분”
SK하이닉스의 성장 동력은 단연 미국 시장이었다.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지난해 매출은 33조4,859억원으로, 전년 12조5,419억원과 비교하면 약 2.6배 증가했다.
미국 판매법인을 포함한 미국에서 발생한 총매출은 41조9,611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약 66조원)의 63.4%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중 미국 비중이 39~5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특히 2023~2024년 사이 중국 사업도 5조원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뤘으나, 같은 기간 미국은 26조5천억원을 웃도는 매출 상승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용 메모리 수요 성장으로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고 차입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6.7조원 차입금 상환, “재무 건전성 대폭 개선”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차입금은 22조6,837억원으로 전년(29조4,686억원)과 비교해 23%(6조7천억원) 가량 줄었다. 이는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매년 5조원에서 6조원씩 늘어나던 차입금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반전된 것이다.

동시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크게 늘었다. 2023년 8조9,209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4조1,563억원으로 58.7% 증가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곳간은 채우고 빌린 자금은 빠르게 갚아나간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미래 투자 확대, “HBM 수요 대응 최우선”
재원 확보와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SK하이닉스는 미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조9,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8천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설투자비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시설투자비로 17조9,560억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전년(6조5,910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이는 HBM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수요 대응과 인프라 투자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며 “청주 M15X,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투자가 반영돼 시설투자(캐펙스·CAPEX)가 지난해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부품 공급자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