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루에 100억씩 손해?”…피땀으로 쌓은 40년 전부 ‘물거품’ 위기

현대차, 美서 日보다 비싼 역전 관세 부담
SUV·하이브리드 경쟁력 잃고 점유율 위기
매일 133억 증발, 실적 전망에 먹구름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직면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986년 엑셀을 앞세워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첫 진출한 뒤 40년 가까이 쌓아온 가격 경쟁력이 단숨에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가 15%로 낮아진 반면 한국산은 여전히 25%의 높은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현대차와 기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일본 브랜드와 맞서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가격 무기’ 잃은 현대차,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뒤집힌 판세

대표적인 사례가 준대형 SUV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 3만9천 달러대에 판매돼 왔다. 그러나 25% 관세가 그대로 반영되면 가격이 4만9천 달러를 넘어 도요타 하이랜더보다 3천 달러가량 비싸진다.

기아 텔루라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 우위로 시장을 공략해왔던 전략이 하루아침에 약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서도 불리한 흐름은 더 뚜렷하다. 도요타와 혼다는 이미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보해 관세 부담을 줄인 반면, 현대차는 대부분 한국에서 수출해야 한다.

결국 같은 급의 차량이라도 소비자 가격은 일본차가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들어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은 도요타 51%, 혼다 17%에 달하는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12%대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을 짓고 있지만 가동은 내년 이후로 예상된다.

그 사이 일본 브랜드가 가격 인하와 판촉 공세를 동시에 펼친다면, 현대차의 시장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하루 133억 증발…현대차에 닥친 ‘피 같은 관세 폭탄’

재무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관세 차이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는 매달 약 4천억 원, 기아는 약 3천억 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매달 7천억 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단순히 나눠보면 현대차만 놓고도 하루 약 133억 원이 빠져나가는 속도다. 이는 매일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 하나를 공짜로 떠안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같은 손실은 이미 실적 전망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2조7천억 원대로 예측되고, 기아 역시 15% 줄어든 2조4천억 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북미 시장에서 자신감을 높였던 SUV와 하이브리드 전략이 관세라는 변수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상황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한 판매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인 판세 역전이기 때문이다.

관세 격차로 인해 팰리세이드가 하이랜더보다 비싸지는 건 현대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86년 첫 진출 이후 40년 동안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현대·기아에겐 그야말로 초유의 위기라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투자자 행사에서 대응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고 일본차의 가격 공세가 이어진다면 단기적인 해법은 찾기 어렵다.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의 행보는 불확실성을 안은 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