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계엄 수준까지”, “대체 어떻게 살라고”…우려하던 상황에 ‘발칵’

원·달러 환율 1470원대…계엄 사태 때 긴장감이 다시 스며든다
고환율, 생활비·여행비 흔들며 소비자 부담 커져
반도체 호황 속 수출기업엔 숨통…향후 추이 주목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70원 위로 치솟자 시장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

지난해 계엄 사태 당시 1480원 안팎까지 끌어올렸던 긴장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환율이 껑충 뛰었는데도 금융시장은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되레 견고하고,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모습도 뚜렷하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흐름을 위기 신호라기보다 한국 경제 구조가 바뀌며 만들어진 새로운 균형으로 설명하는 이유다.

여행·직구·생활비까지 흔들…고환율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번지고 있다

이 변화의 바탕에는 몇 가지 흐름이 자리한다.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가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졌고, 국내 연기금과 개인들의 해외투자 확대는 꾸준한 달러 수요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외국인 자금 움직임이 환율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국내 투자 흐름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 외채 부담이나 국가 신용지표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환율 상승이 바로 신용 위험으로 이어지던 과거의 공식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될까.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이나 직구처럼 달러로 계산되는 소비는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수입 식품이나 생활용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조금씩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지 않아도 원화 가치가 약해지면 휘발유와 항공권 같은 항목은 가격 압력이 생긴다. 대출을 가진 사람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따른다.

환율 불안은 물가 오름세와 연결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비와 금융비용 모두에서 답답함이 겹칠 수 있다.

원화 약세가 되레 힘이 되는 곳…수출기업엔 ‘숨통’, 가계엔 ‘간접호재’

반대로 수출기업에는 숨통이 트일 여지도 있다. 반도체 호황과 맞물리며 원화 약세가 기업 이익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 흐름이 고용과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면 가계가 간접적으로 호재를 체감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환율 상승이 오래 이어지고, 여기에 유가나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 결국 전체 물가가 한꺼번에 뛰어오를 수 있어 부담은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지금의 환율이 1400원대에서 자리를 잡을지, 다시 계엄 사태 수준의 고점을 시험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시장은 1480원을 중요한 경계선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다.

고환율이 새로운 흐름의 일부라면 그 속도와 영향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