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초소형 기지국, 누구나 설치 가능해 보안 논란
15만 대 방치된 기지국, 중고시장서까지 거래
편리함이 부른 역설…범죄 통로로 악용됐다

KT의 초소형 기지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KT에서만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배경에 기지국 관리 허술함이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방치된 기지국 사용 관행이다.
누구나 설치 가능한 KT 기지국, 편리함이 부른 역설
초소형 기지국은 원래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실내에서 통신 품질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다. 하지만 KT에서는 전문 기사가 아닌 일반 이용자도 직접 설치할 수 있었다.
설치 후기를 보면 “제품만 받아 직접 꽂으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심지어 이사할 때 회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빈집이나 상가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자연스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KT 기지국 판매’라는 게시글까지 등장했다. 한마디로, 통신망의 일부가 아무 제약 없이 개인 손에 흘러다닌 셈이다.
그렇다면 범인들은 어떻게 이 장치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휴대전화 통신을 가로챘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원래 KT 소속으로 관리번호가 부여된 기기를 손에 넣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KT 역시 기자회견에서 불법으로 취득한 기기를 개조했거나 일부 부품을 떼어 범행에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결국 기지국 관리가 느슨했기에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장치를 쓰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두 회사는 전문 기사 설치를 원칙으로 해왔다.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열어둔 KT의 방식은 업계 내에서도 예외적인 사례였다.

게다가 기지국 수량 자체도 큰 차이를 보인다. SK텔레콤은 약 7천 대, LG유플러스는 2만8천 대 수준인데 KT는 무려 15만7천 대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수를 도입한 이유는 주파수 특성 때문이다.
KT가 사용하는 1.8GHz 대역은 경쟁사보다 높은 주파수라 실내에서 전파가 잘 뚫리지 않는다. 그만큼 기지국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편리함의 그림자, 범죄 통로 된 기지국
문제는 이 대규모 기지국 네트워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운영돼 왔다는 점이다.
KT는 최근 1년간 접속 기록을 전수 조사하며 피해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만, 언제부터 이상 접속이 발생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피해 금액은 이미 1억7천만 원을 넘어섰다.

노조 측은 기지국의 유선 인터넷 연결 구간 역시 해킹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으며, 그간 보안 관리와 규제 심사가 허술했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소형 기지국은 편리함을 위해 시작된 기술이었지만, 관리 부실이 이어진다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누구나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곧 보안 구멍으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통신 인프라 운영의 기본 원칙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