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초유의 상황…”전 국민 사랑받던 제주도가 어쩌다가”

23개월 연속 인구 이탈
상반기에만 3천명 떠나
전 연령층으로 확산
제주도
제주도 인구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한때 전 국민들에게 섬 살이 로망을 불러일으켰던 제주도.

‘살고 싶은 섬 1위’로 불리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던 제주도에서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섬을 떠나는 사람이 들어오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6월 한 달 동안만 514명이 제주를 등졌다.

다른 지역에서 2019명이 제주로 이주했지만, 2533명이 섬을 떠났다. 결국 500명 넘는 인구가 순감소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이 2023년 8월부터 무려 2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에만 3천명 떠난 제주도

올해 상반기 제주도를 떠난 순유출 인구는 3026명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2192명보다 834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로 따지면 38%나 급증한 것이다.

제주도
제주도 인구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이는 3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작년 연간 순유출 규모 3361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역대 최악의 인구 유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구 유출의 양상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특정 연령층에서만 인구 이동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모두 떠난다

작년 상반기에는 오히려 인구가 늘어났던 30대와 50대도 올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30대는 작년 22명이 순유입되었지만, 올해는 208명이 순유출됐다. 50대 역시 작년 48명 순유입에서 올해 139명 순유출로 바뀌었다.

이미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던 40대와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유출 규모가 더욱 커졌다. 40대는 작년 108명에서 올해 174명으로, 60세 이상은 84명에서 226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제주도
제주도 인구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무엇이 제주 주민들을 고향에서 내쫓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구조적 문제가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일자리 부족을 꼽는다.

제주 경제가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면서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관광 산업은 계절별 변동이 크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아 젊은층이 제주에 정착하려 해도 마땅한 직장을 찾기 힘들다.인구

치솟는 집값과 물가가 발목 잡아

주거비 부담도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이다. 최근 몇 년간 제주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반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전국에서 투자 목적으로 몰려든 자금이 집값을 끌어올리면서, 정작 제주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은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섬을 떠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
제주도 인구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물가 상승도 만만치 않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생필품 가격이 육지보다 높은 데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육지로 나가는 가족들이 늘고 있고, 전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도 육지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복합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는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청년과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첨단 산업 유치를 통한 산업 구조 다변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투자 목적 부동산 매입 제한과 세금 정책 강화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 추세를 단기간에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구 유출은 경제, 주거, 교육,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다시 ‘살고 싶은 섬’으로 거듭나려면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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