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혼인 건수 28년 만에 최대 증가
코로나 이후 결혼 수요 한꺼번에 몰려
30대 초반 결혼·여성 연상 부부 늘어

“결혼 줄어든다더니 분위기 많이 바뀌었네.”, “코로나 때문에 결혼 미룬 사람들 많았나 보다.”
지난해 한국의 혼인 건수가 무려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며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결혼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이어졌던 터라, 이번 결과는 더욱 눈길을 끈다.
29년 만에 ‘대폭 상승’…결혼 시장, 봄바람 불까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총 22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무려 2만9000건(14.8%)이나 증가했다.
혼인 건수가 늘어난 건 2년 연속으로, 이렇게 큰 폭의 증가는 1996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증가율은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기록으로, 최근 수십 년간 침체됐던 결혼 시장이 마침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결혼은 계속해서 하락세였다. 1996년 40만 건대에 달했던 혼인은 다음 해부터 30만 건대로 내려앉았고, 2016년부터는 급기야 20만 건대로 추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19만3000건까지 떨어지며 사상 처음으로 ’20만 건 미만’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분위기는 달랐다. 결혼 건수가 갑자기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기저효과·30대 초반 쏠림, 결혼시장 활기
전문가들은 “30대 초반 인구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뤘던 예비부부들이 일제히 결혼에 나선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했다. 코로나 기간 움츠렸던 커플들이 결혼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셈이다.

결혼하는 연령층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결혼한 남성의 평균 나이는 33.9세, 여성은 31.6세였다. 남성은 결혼이 살짝 빨라진 반면 여성은 오히려 더 늦어졌다.
남녀 모두 10년 전보다는 결혼이 1~2세 정도 늦어졌지만, 결혼 연령 증가 추세가 점점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여성 연상 커플의 증가가 눈에 띈다.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경우가 전체의 19.9%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동안 ‘연상남·연하녀’가 당연시되던 결혼 문화가 흔들리며, 결혼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관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전 ‘후끈’, 부산·경남 ‘냉랭’…결혼 양극화 두드러져

지역별 혼인율은 대전(5.6건)이 가장 높았고, 세종(4.8건), 경기(4.6건)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부산과 경남(각 3.5건)은 가장 낮아 지역 간 차이가 뚜렷했다.
한편, 지난해 결혼한 남성 중 30대 초반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며 가장 활발히 결혼에 나섰고, 여성 역시 30대 초반(37.9%)이 가장 많았다. 여전히 결혼 적령기는 30대 초반이 대세인 셈이다.
재혼의 평균 연령도 꾸준히 높아져 남성 51.6세, 여성 47.1세로 나타났으며, 전체 혼인 중 재혼 비율은 10.4%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결혼 안 한다”고 외치던 대한민국.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며, 올해 역시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