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6개 크기?” 서울 한복판 흉물…50년 욕먹던 곳, 결국 “천지개벽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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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50년 넘긴 노후 상징에서 재개발 논쟁 재점화
종묘 맞닿은 특수성에 개발·보존·생업 이해관계 충돌 지속
서울시, 녹지축·고밀 개발 구상…경제효과와 원도심 변화 주목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 출처 : 연합뉴스

세운상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1968년 문을 연 이 거대한 구조물은 50년 넘게 도심을 지켜왔지만, 세월이 흐르며 노후와 정체의 이미지가 짙어졌고 이제는 ‘도시 흉물’이라는 말까지 따라붙는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까지 잇는 녹지축의 중심으로 삼아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오래된 쟁점이 겹겹이 쌓인 곳인 만큼 이번 구상은 적지 않은 관심을 모은다.

반세기 상징에서 ‘도심 난제’로… 세운상가가 안고 온 긴 시간

세운상가는 1960년대 후반, 서울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의지 속에서 탄생했다.

길게 이어진 상가군은 전자와 기술 상점이 몰리며 활기는 넘쳤지만, 80년대 이후 도시의 중심이 이동하고 경쟁 상권이 늘자 서서히 힘을 잃었다.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 출처 : 연합뉴스

건물 대부분이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 됐고,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도 많아 안전성 논란이 이어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발이 추진됐지만 도시재생과 철거 방식의 충돌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렀다.

이 지역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던 이유는, 약 43만㎡(잠실야구장 6개 규모)에 이르는 넓은 공간이 종묘와 맞닿아 있다는 특수성까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높이 규제와 경관 보존 문제, 소규모 제조업과 공방이 만든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생계를 지켜야 하는 상인들의 요구가 서로 맞물렸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어느 한쪽의 해법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서울시는 이번에 녹지와 개발을 함께 엮는 새로운 구상을 제시했다. 상가군 일부는 단계적으로 공원화하고, 주변 구역은 통합 개발을 통해 주거·업무·문화 기능을 동시에 담아내는 방식이다.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 출처 : 연합뉴스

계획이 실현되면 도심에 약 1만 세대 규모의 주거지와 업무·창업 공간이 생기고, 공연장과 문화시설이 이어지는 새로운 벨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래된 상권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더라도, 일자리와 소비를 불러들이는 효과는 기대해볼 만하다.

기억과 변화 사이에서… 서울 도심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간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도심 근무 인구가 늘면 주변 상권의 소비가 살아나고, 주거와 문화시설이 더해지면 밤낮의 경계가 옅어지는 24시간 도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재개발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과 세입 증가도 예상되지만, 동시에 지역 고유의 산업과 생활 터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종묘 경관을 둘러싼 논쟁 역시 앞으로의 사업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세운지구 개재발 예고 / 출처 : 연합뉴스

세운상가는 오랜 시간 변화를 기다리며 서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이번 논의가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속도보다 과정의 설득력이 중요하다.

도시의 기억을 지키며 새 활력을 더할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지금은 차분한 관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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