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성시대인데도”…‘9위→2위’ 기적 쓴 ‘국산 세단’, 믿기 힘든 ‘역주행’의 이유?

쏘렌토, 2년 연속 왕좌 수성
아반떼, 9위→2위 ‘대반전’
가성비가 판도를 바꾸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아 쏘렌토가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지난해 9위로 밀려났던 현대차 아반떼가 대형 SUV와 승합차를 제치고 2위로 급상승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24일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1~11월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는 총 9만526대가 팔리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차 아반떼가 7만2,558대로 2위, 기아 카니발은 7만2,289대로 3위를 차지했다.

쏘렌토 독주 체제 확립…연간 10만 대도 ‘눈앞’

쏘렌토와 아반떼의 판매량 차이는 1만7,968대. 양 차량의 월평균 판매량을 감안할 때, 쏘렌토의 연간 베스트셀링카 수성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쏘렌토는 지난해 9만4,538대를 판매하며 기아 브랜드 최초, RV(레저용 차량)로서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 1위에 올랐다. 올해는 이 기록을 넘어 10만 대 돌파도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

쏘렌토의 인기 비결은 국내 소비자들의 SUV 선호와 맞물린 결과다. 넓은 실내공간, 높은 시트 포지션, 안정적인 주행감, 여기에 3,000만 원대 중반의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지며 중산층 가족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아반떼의 부활…경기 침체가 만든 기회

올해 자동차 시장의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단연 아반떼의 약진이다. 한때 국내 베스트셀링카였던 아반떼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뚜렷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있다.

아반떼는 2011년 13만751대를 판매하며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했으나, 2010년대 후반 SUV와 대형차의 인기 속에 점차 순위가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5만6,890대 판매로 9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올해 7만2,558대를 기록하며 2위로 급상승한 데에는 경기 침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화려함보다는 실용성, 브랜드보다는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경기 악화 속에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반떼는 2,000만 원 초반대 가격에 첨단 안전사양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제공해, 준중형 세단 중에서도 뛰어난 가성비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기본 가솔린 엔진부터 하이브리드, 고성능 N 모델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해 실용파부터 스포츠카 마니아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아우른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가성비가 주도한 판도 변화

올해 판매 순위 변화는 단순히 특정 모델의 선전 그 이상이다. SUV와 하이브리드가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는 ‘가성비’ 중심의 모델들이 판도를 바꾸고 있다.

2위 아반떼와 3위 카니발의 판매량 격차는 불과 269대. 중형 MPV를 위협하는 가성비 세단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해 10위권 밖에 있었던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올해 5만5,291대를 판매하며 6위 진입이 유력해졌다. 팰리세이드는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로 연비 개선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잡으며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SUV와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상황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모델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기존 시장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반떼의 반등 사례는 SUV 전성시대 속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세단 수요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향후 자동차 업계의 상품 기획 및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