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손잡은 KGM, 배터리 전략에 변화
중국 기술로 속도·가성비, 한국으로 성능 보강
전동화 시대, 의존 줄이고 주도권 지키기 승부수

삼성SDI와 KG모빌리티(이하 KGM)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팩 공동 개발 소식은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걸음 물러나 조망하면 KGM이 격변하는 전기차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설계한 정교한 전략 지도가 선명히 드러난다. 시장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KGM은 단일 경로가 아닌 ‘다각화된 생존로’를 택했다.
중국과 손잡아 체력 키운 KGM, 전동화의 속도를 확보하다
그간 KGM은 중국 기업들과의 밀월을 통해 전동화의 기초 체력을 다져왔다.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에 탑재된 BYD의 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단순 수급을 넘어 국내 배터리팩 생산 라인을 공동 구축하며 공급망을 내재화했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BYD와 손을 잡았다.

최근 체리자동차로부터 중·대형 SUV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것 또한 개발 속도와 비용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러한 ‘중국발 실용주의’ 흐름에 삼성SDI와의 협약이 더해지며 KGM의 전략은 한층 입체적으로 진화한다. 협력의 핵심인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긴 주행거리와 고출력, 급속 충전 성능을 상징한다.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등 삼성SDI의 첨단 소재 기술이 집약된 이 배터리를 통해 KGM은 성능과 주행 경험을 강조한 하이엔드 모델을 준비할 동력을 얻었다.
중국 의존은 낮추고 선택지는 넓혔다, 배터리 전략의 속내
이 선택 이면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특정 국가나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때 발생하는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삼성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전기차’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강력한 마케팅 소구력을 갖는다. 결국 가성비 모델은 중국 기술로, 고성능 모델은 국내 기술로 대응하는 이원화 전략이 완성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KGM의 행보는 중국 기술을 활용하되 그 영향력에 묶이지 않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전동화 전환에 필요한 속도와 자본은 중국 파트너십으로 확보하고, 브랜드 신뢰와 기술적 완성도는 국내 배터리 기업과 함께 가져가겠다는 구도다.
다층적인 협력 구조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는 지켜봐야겠으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KGM의 치열한 고민만큼은 이번 협약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