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에서 30년간 산악자전거 동아리를 운영해 온 박춘수(69)씨는 올해 설 연휴에 처음으로 명절을 ‘건너뛰었다’.
동아리 회원 9명과 함께 경북 영덕과 울진으로 2박3일 라이딩 여행을 떠난 것이다. “손주들과 아들은 평소에도 자주 왕래하니 굳이 명절이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며느리와 손주들은 오히려 “이 나이에 건강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응원해준다.
명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차례상을 차리고 온 가족이 모이는 전통 방식 대신,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신중년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 50대 여행객은 47만4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60대는 3만1천여 명(7% 증가), 70대 이상은 1만여 명(15% 증가)을 기록했다. 특히 70대 이상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점은 고령층까지 명절 여행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절 여행 급증하는 신중년층

여행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청주에서 9년째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이전에는 가족 단위 여행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부부 동반 또는 지인들과 곗돈을 모아 떠나는 신중년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베트남, 중국 칭다오 등 2박3일 단기 일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차례상이 간소화되고 젊은 세대의 귀향이 줄면서 명절 연휴가 신중년들의 ‘자유시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핵가족화와 지역 분산으로 대면의 필수성이 낮아진 데다, 은퇴 전후 활동성 높은 신중년 집단이 조직화된 취미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명절 연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취미활동으로 재정의되는 연휴

여행뿐만 아니라 취미활동도 신중년들의 명절 선택지로 부상했다. 마라톤 동아리 ‘청춘시대’ 회장 송영환(67)씨는 설 당일 회원 30여 명과 대청호 주변 30km를 달린 뒤 윷놀이를 즐겼다.
그는 “온 가족이 종일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잠시나마 각자 시간을 갖는 것이 명절 모임을 더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시민 이모(65)씨는 명절 연휴 내내 파크골프장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파크골프는 함께 걸으며 운동하고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어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녀들도 각자 쉬고 싶어 하는 마음을 헤아려 하루 정도만 함께 보낸 뒤 나머지 연휴는 각자 재충전 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하는 신(新)명절 문화

이러한 문화 변화는 정부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2026년 2월부터 어르신 무료 스포츠 강좌가 순차 시행되며, 요가·기체조·파크골프·피클볼·라인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한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여행 시 경비의 50%를 돌려받을 수 있으며, 개인 최대 10만 원, 단체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된다. 65세 이상 K-패스 환급률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 조정됐다.
세대 간 건강한 거리두기가 새로운 명절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박춘수씨의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자전거 여행을 응원하고, 송영환씨의 가족이 마라톤 동아리 활동을 지지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 풍경이 아니다.
명절이 반드시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 있게 보내는 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대 모두에게 더 여유롭고 건강한 명절 문화를 선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