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11일, 러시아에서 1억명의 사용자가 하루아침에 익숙한 메신저에서 단절됐다.
러시아 통신감독청은 이날 왓츠앱을 공식 온라인 디렉터리에서 삭제했고, VPN 없이는 접속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왓츠앱이 러시아 법률 준수를 거부했다”며 차단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실상은 치밀하게 준비된 수순이었다. 러시아는 2025년 12월부터 왓츠앱 속도를 70~80% 저하시키며 사용자들을 서서히 압박해왔다.
그리고 2025년 6월 출시한 국가 메신저 ‘MAX’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앱이 왓츠앱과 달리 암호화되지 않아 정부의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가 감시 vs 개인 프라이버시의 충돌

왓츠앱은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정부가 국가 소유의 감시 앱으로 사용자를 유도하기 위해 1억명을 개인적이고 안전한 통신에서 퇴출시키려 한다”며 “이는 명백한 퇴보”라고 비판했다. 암호화되지 않은 메신저 사용 강제는 시민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러시아의 메신저 규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메타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차단했고, 유튜브와 X(옛 트위터)도 제한했다.
이제 왓츠앱까지 차단하면서 서방 IT 기업의 서비스는 거의 전멸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디지털 주권’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보 통제와 국민 감시 강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선의 군인들도 혼란에 빠지다

더 심각한 문제는 텔레그램이다. 러시아에서 사용 비율 51%를 기록하며 왓츠앱보다 영향력이 큰 텔레그램도 2월 10일부터 제한이 강화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선의 러시아 군인들이 드론·미사일 공격 경보를 텔레그램으로 받아온 터라 원성이 자자하다. 실시간 정보 공유가 생존과 직결되는 전장에서 통신 제한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군이 전선에서 텔레그램으로 소통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일축했지만, 현장의 현실은 다르다.
2023년 텔레그램 다운로드 건수가 3,500만건에 달할 정도로 러시아에서 필수 앱이 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제한은 민간인은 물론 군 작전에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과 국가 주권의 갈림길

러시아의 조치는 국가가 자국 내 디지털 생태계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다. 러시아는 독자적 인터넷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철의 장막’이 다시 내려지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확산될 가능성이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통신 규제가 권위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암호화된 메신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정부 입장에선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실험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국가 주권과 개인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강제로 국가 감시 메신저로 이동시키는 러시아의 시도는, 단순한 기술 규제를 넘어 정보 통제와 감시 사회로 가는 신호탄이다.
디지털 주권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의 프라이버시가 희생되는 현실은, 기술 발전이 반드시 자유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역설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정부측의 요청에 따라 러군측의 스타링크 도용을 차단해버렸다.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