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안 팔리는 이유가 있네”… 몇 년 만에 바뀐 변화에 ‘이럴 수가’
“신차값 5천만 원 시대의 그늘”… 소비자들, 전시장 대신 중고차 단지로 우르르
거래량, 신차의 1.4배 추월… ‘신차급 중고차’가 시장의 새 주인 됐다

“요즘 누가 제값 주고 신차 뽑나요? 나오자마자 감가 맞는데, 1년 된 ‘새것 같은 중고’ 사는 게 돈 버는 겁니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최근 신형 싼타페 계약을 취소했다. 5천만 원이 훌쩍 넘는 견적서와 고금리 할부 이자를 보고 마음을 돌린 것이다.
대신 그는 주행거리 5,000km 미만의 신차급 중고차를 4천만 원 초반대에 구입했다. 박 씨는 “비닐만 뜯었지 사실상 새 차나 다름없는데 가격 차이가 경차 한 대 값”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차는 무조건 신차”라던 공식이 무너지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중고차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대차의 신차 판매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구조적인 변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신차 포기하고 중고차로 U턴

가장 큰 원인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른 신차 가격, 이른바 ‘카플레이션’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최첨단 사양 탑재를 이유로 국산 중형 SUV조차 옵션을 넣으면 5,000만 원을 가볍게 넘기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할부 이자 부담까지 겹치자,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반면 중고차 시장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등록 대수를 크게 앞질렀다.
통상적으로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의 1.2배 수준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1.4배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지며 소비의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증명했다.
“남이 타던 차? 아니죠”… ‘신차급 중고차’의 재발견

과거 중고차 시장의 주류가 ‘저렴한 맛에 타는 차’였다면, 지금은 ‘신차를 대체하는 상품’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특히 출고된 지 1~2년 이내, 주행거리 1만km 내외의 ‘신차급 중고차’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진출한 ‘인증 중고차’ 사업이 기폭제가 됐다. 제조사가 직접 품질을 보증하는 매물이 등장하면서, 중고차에 대한 고질적인 불신이 해소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대기 기간 없이 바로 탈 수 있고, 제조사가 보증하며, 가격은 신차보다 수백만 원 저렴한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이제는 ‘소유’보다 ‘가치 소비’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가 ‘부의 과시 수단’에서 ‘실용적인 이동 수단’으로 인식이 변화하면서, 불필요한 신차 프리미엄(P)을 지불하기를 거부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가격 저항선 탓에 신차 구매를 주저하는 상황”이라며, “현대차 ‘인증 중고차’가 자사 신차 판매를 위협하는 아이러니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결국 “현대차 신차가 안 팔린다”는 말은, 차가 나빠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더 이상 ‘거품 낀 가격’을 용납하지 않게 되었다는 시장의 엄중한 경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