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릴 줄 알았는데 “2년여 만에 해냈다”…현대차 기술력에 테슬라까지 ‘초비상’

아트리아 AI, 일반도로 시속 100km 주행
테슬라 10년 vs 현대차 2년 반 개발
내년 페이스카 통해 시장 진입

테슬라가 지난달 감독형 FSD를 국내 출시하며 자율주행 시장 주도권을 쥐어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기술력 어필에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은 7일 공식 유튜브를 통해 자율주행 AI ‘아트리아’의 일반도로 시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 공개 시점은 의미가 있다. 최근 송창현 전 현대차그룹 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사임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포티투닷은 유튜브 댓글에서 10년 이상 준비한 테슬라 대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지만, 본격 양산 준비를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현재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테슬라 방식 채택

공개된 아트리아 AI는 카메라 8개와 레이더 1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엔드 투 엔드 방식이다. 테슬라 FSD와 마찬가지로 고가의 라이다 센서 없이 카메라 중심으로 구성한 접근법을 택했다.

시연 영상에는 아이오닉6 기반 시험차가 도심 터널과 교차로를 통과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주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주차장에서는 보행자와 차량을 인식하고 회피한 뒤 빈 공간에 자동 주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테슬라 FSD가 현재 운전자 손이 일정 시간 동안 핸들에서 떨어져 있어도 주행을 지속할 수 있는 감독형 기능(전방 주시 필수)인 반면, 아트리아 AI는 아직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는 보조 주행 단계다.

빠른 기술 추격, 하지만 격차는 여전

이번 시연은 지난 3월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 2025’에서 공개한 영상보다 발전한 모습이다. 당시에는 연구소 내부 도로에서 자전거와 보행자를 회피하는 수준이었지만, 9개월 만에 실제 일반도로 환경에서 시연할 수준으로 발전했다.

개발 속도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빠른 추격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2016년부터 오토파일럿을 상용화하며 10년 가까이 데이터를 축적해온 반면, 현대차는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일반도로 자율주행 시연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기술 수준에서는 격차가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같은 카메라 기반 접근법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복잡한 도심 환경보다는 상대적으로 넓은 도로에서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 FSD처럼 완전 감독형 수준까지는 추가 개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트리아 AI는 내년 3분기 출시하는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중심차 페이스카에 최초 적용된다.

국산차 첫 고수준 자율주행으로 차별화

현재 국내 자율주행 시장은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11월 모델S와 모델X에 감독형 FSD를 도입했고, 연내 사이버트럭으로도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운전자 손이 일정 시간 핸들에서 떨어져도 주행을 지속하는 감독형 기능으로 서울과 부산의 복잡한 도로에서도 작동하지만, 10만 원대 중후반 수준의 월 구독료와 수입차 한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GM의 ‘슈퍼크루즈’도 10월 국내 출시됐지만 역시 수입차 전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내년 3분기 페이스카에 아트리아 AI를 적용하면, 국산차 최초로 고수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비록 테슬라 FSD보다 기능면에서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지만, 가격 접근성과 국산차라는 장점을 활용하면 시장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슬라 FSD의 높은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번 영상 공개는 송창현 전 대표 사임 이후 제기된 자율주행 개발 성과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동시에, 테슬라 독주 체제에 균열을 만들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태계와 함께 자율주행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며 시장 재편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