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협력사, 美 관세에 수출 직격탄
정부·은행·완성차 뭉쳐 6조3천억 금융 지원
지원만으론 부족, 협력사 체질 개선 시급
현대차와 기아의 협력업체들이 미국발 관세의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 안전망을 얻게 됐다.
정부와 금융권, 완성차 업체가 함께 6조 3천억 원 규모의 우대 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 전체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긴급 카드다.
정부·현대차·은행, 6조 3천억으로 협력사 살린다
올해 3월 미국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만에 한국과 일본 자동차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충격은 컸다.
이후 협상 끝에 7월 말 한·미 간 15% 관세로 합의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그동안 0%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혜택이 사라지면서 한국 업체들은 영구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
완성차는 현지 생산 확대나 차종 조정 등으로 버틸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국내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관세는 곧바로 마진을 잠식한다.
환율과 운임 부담까지 겹치면 자금흐름은 빠르게 악화된다. 한 업체라도 흔들리면 납품 차질로 이어지고, 생산라인이 멈출 위험도 있다.
정부와 금융권, 현대차가 손을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현대차·기아와 하나은행이 400억 원을 출연하고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서며, 이를 토대로 최대 6조 3천억 원이 대출된다.
협력사들은 금리가 최대 2%포인트 낮아지고, 보증 기간은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보증료율도 1%에서 0.65%로 낮췄고, 비용은 출연금으로 충당돼 기업 부담이 크게 줄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협력사가 200억 원을 빌리면 금리 인하만으로 연간 4억 원을 아낀다.
이미 디와이오토, 서진산업, 엔티엠 등 세 곳이 보증을 받아 430억 원의 저리 대출을 받았다. 은행은 국가 보증 덕에 리스크가 줄고, 기업은 숨통이 트인다.
돈줄만으론 부족…협력사 체질 개선 시급
자동차는 지난해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으로, 709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 충격이 곧바로 수출과 고용에 번진다.
실제로 6월 통계에서 대미 수출 감소가 확인됐다. 이번 금융 조치는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막는 안전판이자, 관세 시대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금융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현지 조달 확대, SUV·하이브리드 중심 전환, 협력사의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경쟁력이 낮은 업체까지 연명시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6조 3천억 원 금융 지원은 협력사들의 위기를 막기 위한 긴급 조치이자 산업 전환의 시간을 벌어주는 다리다. 그러나 관세 충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협력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새 환경에 적응할지가 관건이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