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완성차들, 전기차 둔화 속 공장 폐쇄 잇따라
현대차는 감산 대신 투자… 울산 EV 공장 승부수
닫는 기업들 사이, 현대차는 다음 판을 준비 중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하나둘 불을 끄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을 대표하던 완성차 기업들이 자국 공장마저 멈춰 세우는 장면은 낯설지만, 지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의 급부상, 정책 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치며 수십 년간 공고했던 기존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격변기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자연스레 비교의 대상이 된다. 과연 현대차는 이 위기에서 얼마나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중국에 밀리고 전환은 늦고… 공장이 짐이 된 글로벌 자동차 공룡들
폭스바겐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독일 공장 문을 닫는다. GM은 미국 공장 가동을 줄이며 감원을 택했고, 닛산 역시 일본 내 생산 거점을 정리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동화 전환의 속도가 시장 변화를 앞지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때 핵심 수익원이던 중국 시장은 빠르게 잠식됐고, 전기차는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결국 거대한 공장은 비용이 됐고,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 됐다.
흔들리지만 멈추지 않았다… 감산 대신 ‘투자 카드’ 꺼낸 현대차
반면 현대차그룹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인센티브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영업이익이 줄고 일부 라인은 생산 조정을 겪고 있지만, 결코 적자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이 공장을 줄일 때 현대차는 새로 짓는 쪽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우고 수소 연료전지 생산 시설도 준비 중이다. 향후 5년간 국내에만 125조 원이 넘는 투자를 예고하며 정공법을 택했다.
당장의 손익보다 다음 판… 현대차가 ‘버티기’가 아닌 ‘포석’을 택한 이유
이 차이는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다. 경쟁사들이 당장의 손익 방어에 집중할 때, 현대차는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멈출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로 수익을 받치며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생산 기반과 기술 투자를 이어가는 전략이다. 시장이 주춤할 때 움직여야 다음 국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 선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수요 회복 속도와 글로벌 관세,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은 여전히 변수다. 지금의 투자가 장차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공장을 닫는 기업들과 달리 현대차는 아직 판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움츠러든 경쟁자들 사이에서 설비를 늘리는 이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동차 산업의 다음 장면이 그 답을 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