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출고 대기 문제가 대부분 해소된 가운데, 유독 한 모델만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경차 기반 소형 SUV 이야기다. 신차 계약을 해도 빠르면 1년 반, 길게는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관심과 불만이 동시에 쏠리고 있다.

출고 대기 끝났는데 이 차만 ‘역주행’… 2년 넘는 기다림의 이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차종의 출고 지연은 흔한 일이었다. 반도체 수급난과 물류 차질이 겹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빠르게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하이브리드 SUV조차 몇 달 안에 받을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 모델의 대기 기간만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현재 내연기관 모델은 기본 17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인기 옵션을 선택하면 18개월을 넘긴다. 전기차는 기본 20개월이며, 일부 사양에 따라 최대 26개월까지 늘어난다. 지금 계약하면 2027년 이후 출고가 현실적인 시점이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진다. 전기차 구매자는 특히 보조금 변수를 안고 있다. 출고 시점에 혜택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연식 변경에 따른 가격 조정, 세금과 보험 체계 변화도 변수다. 처음 세운 예산과 조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 출고 지연이 만든 기이한 시장

이 틈을 파고든 곳은 중고차 시장이다. 주행거리가 거의 없는 매물이 등장했고, 일부는 신차 가격을 웃돈다. ‘즉시 출고’라는 조건이 프리미엄이 되는 낯선 풍경이다.

출고 지연의 배경에는 해외 수요가 있다. 이 모델은 유럽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글로벌 물량이 늘면서 국내 배정은 줄었다. 여기에 교대 확대를 둘러싼 노사 갈등과 파업 이슈까지 겹치며 생산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차 시장 전반의 환경도 좋지 않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여건이 악화됐다. 빠른 생산과 합리적 가격이라는 경차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 선택지는 많지 않다. 기다리거나, 중고차로 방향을 틀거나, 다른 차종을 고민해야 한다.

이 모델의 긴 대기 기간은 여러 구조적 요인이 얽힌 결과다.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은 크지 않다. 당분간 시장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한 관찰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