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텔 투자·관세로 공급망 재편
여의도 5배 테일러 팹, 미국서 기회 노린다
TSMC 독주 흔들리자 삼성, 대안으로 부상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짓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에 예고된 반도체 수입 관세에 더해 인텔 투자까지 불거지면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여의도 다섯 개 크기… 미국 안에서 완성품까지 겨누는 삼성
트럼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에서 만든 칩만 안전하다.” 실제로 인텔에 대한 지분 투자 가능성이 보도되자 주가는 연일 뛰었고, 반대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주가는 흔들렸다.
여기에 최대 100% 관세까지 언급되면서 미국 정부가 대만 중심 공급망을 줄이고 자국 내 생산을 키우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 구도 속에서 삼성은 눈에 띄는 대안으로 부상한다.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의 새 공장은 외국 기업의 일반적인 투자 시설과는 다르다.
2021년 발표 당시 170억 달러에서 시작된 투자는 현재 25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났고, 부지만 5백만 제곱미터, 여의도 다섯 개를 합쳐놓은 수준이다.
당초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일정은 2026년 말로 미뤄졌으며, 완공되면 약 18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삼성은 이곳을 통해 생산 거점을 넘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허브를 겨냥한다. 테슬라와 165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이 이미 발표됐고, 테일러 공장은 향후 미국 고객사들의 핵심 레퍼런스로 자리잡을 발판이 되고 있다.

여기에 패키징 라인까지 더해지면, 인공지능 칩을 비롯한 고성능 반도체를 미국 안에서 완제품에 가깝게 생산할 수 있다. 이는 관세와 조달 정책에서 삼성에 직접적인 이점을 안겨준다.
2나노·HBM·테일러 팹, ‘미국 내 대안’으로 부상할까
물론 TSMC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이다. 점유율이 60%를 웃도는 가운데 삼성은 10% 아래로 밀려 있다.
게다가 인텔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기술 격차를 줄일 경우, 초기 주요 물량은 인텔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인텔의 기술력과 수율에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다는 점은 삼성에 기회로 작용한다.
삼성은 2나노 공정 양산을 2025년 하반기로 예고했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도 대형 고객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테일러 팹이 일정대로 가동되고 첨단 패키징 역량까지 더해진다면, 미국 고객들은 TSMC와 인텔 사이에서 삼성이라는 확실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의 정책은 인텔을 전면에 내세워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삼성은 미국 내 생산 기지라는 무기를 앞세워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향후 테일러 팹의 속도와 기술 성과에 따라,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 판도 변화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