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인다 싶었는데 “누가 불황이래요?”…돈 싸들고 ‘우르르’ 어디길래

경매장도 뜨거워졌다…감정가 넘긴 낙찰 속출
토지거래 규제 피한 투자·실수요 몰려
‘싸게 사는 곳’ 아닌 ‘반드시 사는 곳’ 됐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출처 : 연합뉴스·뉴스1

“경매로 싸게 산다”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매매 시장의 열기가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경매장마저 집어삼키고 있다.

낙찰봉이 떨어질 때마다 감정가는 가볍게 무시되고, 신고가가 속출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이는 규제의 틈을 파고든 수요와 절박한 실수요가 뒤엉키며 만들어낸 ‘이상 신호’다.

“감정가 무색”…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 고공행진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심상치 않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 들어(1~18일 기준) 진행된 서울 아파트 경매 중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긴 사례는 벌써 24건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출처 : 연합뉴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31억 5천만 원)보다 무려 10억 6천만 원이나 높은 42억여 원에 낙찰됐다. 이는 로또 1등 당첨금(세후 약 17억 원)을 모두 쏟아부어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용산구 이촌동과 송파구 신천동 역시 감정가를 수억 원씩 웃도는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열기는 비강남권으로 확산되며, 동작구 대방동, 성북구 길음동 등지에서도 감정가를 넘어서는 낙찰 사례가 잇따른다.

규제 피한 투자, 절박한 실수요…경매장으로 몰린 ‘두 개의 축’

이 기현상의 이면에는 ‘규제 회피 수요’와 ‘절박한 실수요’라는 두 개의 축이 존재한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며 일반 매매의 문턱을 높이자, 규제의 칼날을 피한 경매 시장이 ‘틈새’로 부상했다. 토허구역 내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으면 2년간의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어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까지 가세하며 불이 붙었다. 매매 시장의 가격 부담과 매물 부족에 지친 이들이 경매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이다.

한 경매 전문가는 “최근 비강남권의 고가 낙찰 증가는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진 실수요자의 유입이 본격화됐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싸게 사는 곳’에서 ‘반드시 사는 곳’으로…달라진 경매의 위상

결국 경매 시장은 더 이상 ‘싸게 사는 곳’이 아닌, ‘어떻게든 사야만 하는 이들’의 마지막 격전지가 되고 있다.

규제를 피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투자 수요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에 밀려난 실수요가 만나 벌이는 치열한 전쟁터로 변모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
출처 : 연합뉴스

감정가가 현재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와 시장의 과열이 맞물리면서 경매는 이제 시장 온도를 측정하는 가장 뜨거운 온도계가 됐다.

이 비정상적인 열기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번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경매 시장이 보내는 경고등을 냉정하게 주시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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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방집값 안오름. 서울 오세훈이가 규제 다풀어서 그런거지. 기레기 선동질 보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