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미치겠다” 급발진 주장하더니…’진짜 원인’ 밝혀지자 ‘발칵’

부천 시장 트럭 사고, 급발진 아닌 가속페달 정황
페달 블랙박스 확인 후 오조작 가능성 커져
경찰, 대형사고로 격상해 본격 수사 착수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이 돌진해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가속페달 조작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제기됐던 급발진 가능성은 핵심 증거가 확보되면서 무게가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사고는 13일 오전 10시 55분, 시장 골목에서 트럭이 천천히 후진하다 갑자기 전방으로 속도를 높이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고, 차량이 과일 상자와 진열대를 잇따라 치고 지나가면서 시장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운전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주변에서는 급발진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경찰이 차량 내부에서 ‘페달 블랙박스’를 확보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장비에는 운전자의 발 움직임이 그대로 녹화돼 있었고, 분석 결과 사고 직전 가속페달이 밟힌 장면이 확인됐다.

질환·기계 결함 검토 계속… EDR 분석으로 경위 확인

영상과 음성 기록 모두에서 브레이크 조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CCTV에서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점과 일치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급발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팀은 해당 질환이 사고와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보다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국과수와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해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확산된 피해… 사건, 상급기관으로 넘겨져 본격 수사

사고는 시장 상인과 방문객 등 총 21명의 사상자를 남겼다. 현장 인근 의료기관들은 중상자를 우선 분산 이송해 치료했으며, 이후 사망자 두 명이 확인됐다.

피해 규모가 커지자 사건은 부천오정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됐다. 경찰은 영상 분석 결과와 운전자 진술, 차량 기록을 종합해 운전자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장 상인들과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좁은 골목에 차량 통행이 잦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은 전통시장 138곳과 협력해 보행자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가닥을 잡았지만, 남은 분석 결과와 제도 보완 필요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조사와 안전 대책이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