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회장의 선견지명 “역시 달랐다”…위기의 韓 구할 삼성의 ’68년 뚝심’, 그 정체에 ‘감탄’

삼성, 5년간 6만명 채용…공채 전통 지킨다
반도체·바이오·AI 미래 전선에 인재 투입
“인재제일” 철학, 청년 기회와 국가 경쟁력

삼성이 다시 한번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놨다. 향후 5년간 6만 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매년 1만 2000명꼴로 새 인재를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고용 발표처럼 들리지만, 지금 한국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채용 경쟁의 맥락을 보면 이 행보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띤다.

반도체·바이오·AI…사람 없이는 돌릴 수 없는 미래

현대차그룹은 3년 동안 8만 명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1년에 약 2만 6000명이라는 규모다. LG도 2026년까지 5만 명 고용 계획을 밝힌 바 있고, SK는 5년간 5만 명을 내세웠다. 포스코도 5년 동안 2만 5000명 채용을 예고했다.

단기적으로는 현대차가 가장 공격적이고, 장기전으로 보면 삼성과 LG, SK가 엇비슷하다. 그렇지만 삼성의 특징은 숫자가 아니라 방식에 있다.

삼성은 한국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195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동안 삼성은 “예측 가능한 기회”라는 이름으로 공채를 붙잡았다.

매번 일정한 규모를 공개적으로 뽑는 구조는 청년들에게는 준비할 기회를 주고, 회사 입장에서는 전국 단위 인재 풀을 한꺼번에 끌어올 수 있는 전략이다.

이번 채용 계획이 집중하는 분야도 눈길을 끈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이 핵심이다. 모두 미래 산업 경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영역이다.

HBM 같은 차세대 메모리, 차세대 파운드리, 바이오 의약품, AI 연구는 결국 사람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삼성은 신입뿐 아니라 마이스터고 졸업생, 기능대회 입상자, 채용연계형 인턴 등 다양한 통로를 열어 두고 있다. 인재를 확보하는 전선이 넓고도 촘촘하다.

“인재제일” 뿌리 깊은 삼성 철학, 채용 전략의 배경

이 모든 흐름의 뿌리는 “인재제일”이라는 삼성의 경영 철학에 있다. 창업자 이병철의 시대부터 내려온 가치가 지금도 회사의 공식 핵심가치 첫머리에 자리한다.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에 조직 혁신을 강조하며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던 순간에도, 바탕에는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20년, 30년 뒤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채용 계획은 단순히 인원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이고, 동시에 청년 세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신호다.

다른 그룹들도 대규모 투자와 고용에 나서고 있지만, 공채를 고수하며 교육·채용을 한 세트로 묶는 삼성의 행보는 확실히 차별적이다. 앞으로 이 거대한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낼지, 한국 산업과 청년 세대 모두가 눈여겨볼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