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천억 증발 후폭풍?”…현대차그룹 ‘충격 결단’ 내렸다는데

미국 관세 여파로 수익성 급락
현지 부품 조달률 확대 검토
국내 부품업계 타격 우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미국의 25% 자동차 부품 관세로 현대차그룹이 2분기에만 1조6천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하면서 200여 개 부품의 현지 조달 확대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 24일 실적 발표에서 “부품 업체를 바꾸려면 품질과 안전 점검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공급망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해도 한국산 부품에는 25% 관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부품 현지 조달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관세 직격탄에 영업이익 1조6천억 증발

대미 신규 투자 계획 발표
대미 신규 투자 계획 발표 / 출처 : AFP

현대차그룹이 부품 공급망 변경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관세로 인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씩 감소했다. 두 회사 합계로 무려 1조6천억원이 넘는 이익이 증발한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공급망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부품 현지 조달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200여 개 부품에 대한 최적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조달률 48.6%…경쟁사 대비 열세

미국 현대자동차 공장
미국 현대자동차 공장 / 출처 : 현대자동차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에 불과하다. 테슬라(68.9%), 혼다(62.3%), 도요타(53.7%)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지 조달률이 낮을수록 한국산 부품 수입 비중이 높아져 관세 부담이 커진다.

현대차그룹보다 조달률이 낮은 업체로는 닛산(41.4%), 포드(40.1%), GM(31.1%)이 있다. 하지만 포드와 GM은 미국·멕시코·캐나다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로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있어 현대차와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 부품업계 “도태 위기” 경고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현지 조달 확대 방침은 국내 부품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60~70%가 현대차와 기아 물량으로 추정된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둘 여력이 없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한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하거나 관세 부담의 일부를 분담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사들의 지난해 완성차 납품액 71조6584억원 중 90%가 현대차와 기아 물량이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통해 작년 기준 70만대였던 현지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 납품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수출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현지 진출도 어려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미래 차 전환으로도 힘든데 이중고, 삼중고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국내 중견·중소 부품사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가 미국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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