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전쟁 여파로 금값 사상 최고치
씨티그룹, 구리값 t당 1만달러 전망
공급부족 현상이 가격 상승 주도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또 다른 원자재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의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자들에게 눈여겨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하며 ‘3천 달러 돌파’ 목전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만기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991.3달러(한화 약 435만원)를 기록하며 1.5% 상승했다. 같은 날 금 현물 가격도 2,979.76달러(한화 약 433만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지표가 기대 이하로 발표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점도 금값 강세를 부추겼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애널리스트 수키 쿠퍼는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강한 수요와 지속적인 중앙은행의 매입, 지정학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값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귀금속 거래업체 얼라이언스 골드의 알렉스 에브카리안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금값 강세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온스당 3,000~3,200달러(한화 약 436만원~465만원) 선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값과 함께 뜨는 ‘구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

금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원자재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구리’다.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 구리 가격이 향후 3개월 내에 t당 1만 달러(한화 약 1,450만 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맥스 레이튼은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원자재 부족 현상이 오는 5~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관세 발표로 인해 구리 가격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공급 부족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구리 수입 제한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이후, 구리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으로 구리를 선제적으로 보내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미국 외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된 것이 이유다.

현재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t당 9,797달러(한화 약 1,400만원)로, 올해 들어서만 1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생산보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세계적으로 구리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움직임, 구리 시장을 좌우한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중국도 구리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구리 제련소들은 구리 정광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영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기업 지원 차원에서 구리 수출 허가를 늘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2분기 구리 가격이 t당 8,500달러(한화 약 1,200만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의 공급 부족 상황을 반영해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미국이 실제로 구리에 관세를 부과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과 구리,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한편 금과 구리 모두 글로벌 경제의 흐름 속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반면, 구리는 산업용 원자재로서 경제 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구리 가격은 경기 회복 속도와 공급망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금과 구리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구리는 경제 성장의 흐름을 타고 변동성이 큰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