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보다 비싼 현대차?”, “이러다 완전히 끝난다”… 사면초가 몰리자 ‘어쩌나’

일본 이어 유럽도 15% 관세 확정
한국차만 25% 고율 유지 중
경쟁력 약화에 실적 악화 우려

미국에서 한국차만 고율 관세에 갇히면서 현대차그룹이 유례없는 가격 경쟁력 위기에 직면했다.

미 정부가 24일(현지시간) 유럽산 자동차에도 15% 관세율을 확정하면서 25% 관세를 적용받는 한국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산 자동차 수입에 대한 관세를 8월 1일부로 소급 적용해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일본차에 대한 관세율 인하에 이은 조치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들이 모두 관세 혜택을 받게 된 상황이다.

관세 격차로 위협받는 한국차 경쟁력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에 구두 합의했으나,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업계에서는 한국차가 유럽차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기본 가격이 4만 달러대 중후반에 형성된 상태에서 25% 관세가 붙으면 차량당 부담이 1만 달러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폭스바겐 ID.4(4만 5천 달러)와 볼보 EX30(3만 6천 달러)은 15% 관세로 인상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주력 트림이 3만 5천~3만 9천 달러 수준인데, 여기에 25% 관세가 붙으면 차량당 약 9천 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

반면 폭스바겐 티구안(3만 2천 달러대)과 아틀라스(3만 6천 달러대)는 15% 관세만 적용돼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실적 악화로 이어진 관세 부담

한국차와 경쟁국 차량 간 관세 격차가 발생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이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0조6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조80억 원으로 12.7% 급감했다.

특히 2분기에는 관세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8,282억 원, 7,86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며 실제 타격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큰 손실이 발생하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중국 전기차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 내 생산 확대로 돌파구 모색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불법 체류 노동자 관련 사태가 발생해 준공 일정이 지연되는 등 이 계획마저도 차질을 빚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 상황의 타개책으로 “정부가 통상 협상에 속도를 내고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경쟁력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세율 격차가 지속될수록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