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배추 한 달 새 1.5배 급등
도매는 꺾였지만 소매 반영은 아직 늦다
김장철 배추값, 날씨 따라 4천~9천원 전망

배추값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무더위와 폭우가 이어진 올여름, 한 포기 가격이 7천 원을 넘어섰다. 불과 한 달 만에 1.5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체감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김장철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의 급등세가 가을을 지나 11월까지 이어질까.
올여름 폭염 뒤, 김장철 밥상 물가에 먹구름
농산물 가격은 계절과 날씨에 민감하다. 배추의 경우 여름에는 강원 고랭지에서 출하되며, 8월 하순부터는 김장배추 모종이 심겨 본격적인 생육이 시작된다.
바로 이 시기가 올해 김장 물량의 성패를 가른다.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뿌리가 약해지고 병해가 번지기 쉽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치면 수확량이 크게 줄고, 그 피해가 그대로 김장철 가격으로 반영된다.

반대로 날씨가 안정되고 비축 물량과 할인, 수입 보완책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여름의 급등분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최근 흐름은 흥미롭다. 소비자가 느끼는 소매가격은 여전히 높지만, 실제 산지 도매가격은 이미 꺾였다.
정부가 매일 수백 톤 규모로 비축 배추를 풀고, 강원 고랭지 출하가 늘어나면서 도매가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다만 도매와 소매 사이에는 2~3주가량의 시차가 있다. 마트 진열대의 가격표가 내려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9월 초까지 이어지는 정식기와 초기 생육기에 다시 고온과 호우가 반복되면 배추밭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김장철 기준 시나리오로는 포기당 4천800원에서 6천200원 정도가 예상되지만, 최악의 경우 9천 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반대로 기온이 적당하고 태풍 피해가 없다면 4천 원 안팎까지 안정될 여지도 있다.
김장 비용을 미리 계산해보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배추 10포기를 담글 때 기준 가격대라면 총비용은 18만 원 안팎이지만, 상방으로 치솟으면 30만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고춧가루와 소금, 미리 준비하면 김장 걱정 반 줄어든다
배추 못지않게 고춧가루가 큰 변수다. 매년 작황과 수입 상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탓에, 일찍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때문에 천일염처럼 보관이 쉬운 재료는 미리 사두면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와 유통업계는 올해도 김장철 맞춤 할인과 비축 방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의 변덕이 잦은 만큼, 결국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가격은 하늘과 날씨, 그리고 산지 상황에 크게 달려 있다.
배추값은 이미 여름 더위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관심은 8월 말과 9월 초의 하늘로 향한다.
날씨가 한순간 고개를 돌리면 김장철 식탁 위의 배추 가격표도 크게 바뀔 수 있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앞으로의 기상 여건과 산지 출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