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경고’…중국서 시작된 ‘최악의 시나리오’ 인데 한국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권’ 심화
생산 능력, 내수 판매의 2배 달해
저가 수출 공세에 글로벌 시장 긴장

한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내부적인 소모성 경쟁, 즉 ‘내권(內卷)’ 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로 인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경쟁과 수익률 악화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출혈 경쟁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된다.

중국 완성차 생산 능력, 내수 판매량의 두 배

한국자동차연구원이 10일 발표한 보고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공급 과잉 수준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생산 능력은 연간 5천507만 대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실제 내수 판매량(2천690만 대)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러한 공급 과잉은 기업들의 실질 평균 가동률이 과잉 설비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75%에도 미치지 못하는 50% 내외로 추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면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극심한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BYD 등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차량 판매 가격은 2021년 3만 1천 달러에서 2024년 2만 4천 달러로 하락했으며, 완성차 업계 전체 수익률은 2017년 8.0%에서 2024년 4.3%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전기차 제조사 130곳 중 흑자는 4곳뿐

중국 전기차 시장의 무분별한 경쟁은 기업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제조사 130곳 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업체는 BYD, 테슬라차이나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한 중국 기업이 약 15개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전략 산업 목록에서 제외하는 등 산업 재편에 나섰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방 정부들이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저리 대출이나 세제 감면 등 부실기업 지원에 나설 경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구조 조정과 부실 기업 퇴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가 수출 공세, 한국 공급망까지 위협

중국의 전기차 공급 과잉은 단순히 내부 문제가 아니라, 저가 전기차의 해외 수출 증가로 이어져 글로벌 자동차 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과잉 생산 능력과 내수 판매 둔화로 인해 해외 시장 진출을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심화시킨다.

실제로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수출은 최근 5년 새 4.5배나 증가하며 유럽 내 점유율을 급상승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90%와 흑연 가공 능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등 주요국 기업들의 핵심 원자재 조달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출혈 경쟁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가격 경쟁, 수익성 악화, 그리고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