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 산업계 ‘멘붕’ 빠트린 정부 발표, 대체 무슨 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급상향
산업계 “재앙급 부담” 반발
탄소배출권 거래제 부작용 논란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산업계가 아비규환에 빠졌다.

10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의결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존 정부안보다 대폭 강화된 내용으로, 업계에서는 절망적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안보다 더 높아진 감축 목표에 업계 발칵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처음 제시했던 50∼60% 감축안과 나중에 조정한 53∼60% 감축안보다 상한선이 올라간 것이다. 산업계가 제시했던 48% 감축안과는 훨씬 큰 격차를 보인다. 이 안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우려했다. 탄소 감축 기술과 설비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신사업 투자는 줄어들고, 결국 고용 축소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자동차·철강업계 “현실 무시한 목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에너지 특성상 획기적인 절감은 불가능하다”며 “기업과 국가가 떠안을 부담은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업계는 2035년까지 무공해차를 840만∼980만대 보급해 전체 차량의 30∼35%를 차지하게 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은 지난 3일 공동 건의문을 통해 이 같은 목표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부품업계 구조조정과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부품업체의 95%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이고, 매출 중 미래차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86.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런 급작스러운 전환은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내줄 위험만 키운다는 우려도 나왔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업계 또한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과도하게 설정됐다며, 기술 도입 시기와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산업 전반에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논란

한편,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부작용을 지적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 이나래 교수와 미네소타주립대 아심 카울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형 제조업 시설을 분석한 결과,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 후 납, 다이옥신, 수은 등 독성물질 배출이 최대 40%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유해 폐기물 처리 활동이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다. 폐기물 처리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처리 비용이 증가하자, 기업들이 폐기물 처리를 줄여 결과적으로 독성물질 배출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온실가스만을 목표로 한 일방적 정책 설계는 복합적인 환경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어, 독성물질 관리와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함께 고려한 입체적 정책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축 효과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고용,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탄소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