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영국에 전술핵 재배치, 유럽이 긴장
‘스마트 핵폭탄’ 등장에 러시아-나토 대치 심화
유럽 내 군비 경쟁, 핵위기 경보음 다시 커진다

미국이 17년 만에 영국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면서 유럽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최신형 ‘스마트 핵폭탄’ B61-12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 수송기가 영국 레이컨히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냉전 시대의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으로, 유럽 대륙에 신(新)군비 경쟁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영국에 전술핵 재배치…유럽 안보 지형이 흔들린다
이번 재배치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2008년 미국은 냉전 종식과 데탕트 기조에 따라 영국에서 핵무기를 철수시킨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2023년부터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러시아가 분쟁 시 저위력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해 확전을 막는다는 ‘에스컬레이션 관리’ 독트린을 내세운 것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압박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에 배치된 B61-12는 기존 핵무기와는 성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GPS와 레이더 유도 기능을 통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으며, 지하 깊은 곳의 벙커까지 파괴할 수 있는 관통 능력을 갖춰 ‘스마트 수소폭탄’으로 불린다.

이는 유사시 실제 사용 가능성을 높여 핵 억제력의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된다.
배치 거점인 영국 레이컨히스 기지는 러시아의 직접 타격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으면서도,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해 북해와 대서양을 통한 유연한 반격이 가능한 전략적 요충지다.
NATO 핵 억제력 다각화…영국 합류로 러시아 계산법 복잡해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NATO의 대러시아 핵 억제력을 다변화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독일, 이탈리아 등에 더해 영국이라는 새로운 핵 운용 축이 생기면서 러시아의 군사적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유럽 내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핵전쟁의 위험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자국 국경 인근에 추가적인 미사일과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밀 유도 핵무기가 핵 사용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NATO 회원국 사이에서도 입장은 엇갈린다.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서유럽 국가는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킬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억제력을 복원하려는 조치인 동시에, 유럽을 다시 ‘강 대 강’ 대치 구도로 회귀시키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향후 군축 협상의 동력은 약화되고, 우발적 충돌에 대한 위험 관리가 국제사회의 핵심 안보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