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하반기 대한민국의 수출액이 마침내 일본을 넘어섰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무역 역사상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고지를 밟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한국 수출액은 3,711억 달러를 기록해 3,705억 달러에 그친 일본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일본을 아래로 밀어내며 진정한 ‘수출 강국’의 입지를 굳혔다.
13%에서 100%로… 68년 만에 쓴 기적의 서사
반기 기준이긴 하지만 한국 수출이 일본을 추월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의 수출 규모는 175억 달러로 일본(1,304억 달러)의 13.4% 수준에 불과했다.
당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경제 앞에서 한국은 그저 기술을 모방하며 쫓아가기 바쁜 ‘패스트 팔로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일본 수출액의 60% 선을 돌파하며 맹추격하더니, 2024년 수출 격차를 역대 최저치인 200억 달러 수준까지 좁혔다.
그리고 마침내 작년 하반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역대급 호조에 힘입어 기어코 68년 만의 ‘골든크로스’를 만들어냈다.
“환율이 아닌 구조의 차이”… 엇갈린 두 나라의 운명

이번 역전은 단순히 환율 변동이나 일시적인 호황이 만들어낸 우연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나라의 엇갈린 제조업 생태계 구조가 수출 역전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혁신을 주저했고, 주요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해외로 대거 이전하면서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그 결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던 ‘엔저(엔화 약세)’ 현상이 발생해도 정작 일본 본토에서 수출할 물건이 부족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 생산 기지를 국내에 단단히 유지했다.
글로벌 AI 열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이번 역전극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무역 적자 늪에 빠진 일본 vs 7,000억 달러 여는 한국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자회사가 번 돈으로 역대 최대의 소득수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국가의 뼈대인 무역수지는 적자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열악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과 기업이 수출에 사활을 걸었고, 마침내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이번 하반기 수출액 역전은 단순히 장부상의 숫자가 바뀐 것을 넘어선다.
과거 일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완벽히 독립된 첨단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무대를 주도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한 역사적 이정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