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전기 SUV는 비싸다”는 시장의 오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에 내놓은 신형 전기 SUV가 그 진원지다. 차체 크기는 기존 주력 모델보다 훨씬 커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대폭 낮아지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ID.4보다 큰데 4500만원대 ‘파격’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중국 전기차 파트너인 샤오펑(XPeng)과 공동 개발한 대형 전기 SUV ‘ID.유닉스(Unyx) 08’을 공개하고 사전 판매에 돌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표다.
이 차량의 시작 가격은 23만 9900위안(약 4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최상위 트림 역시 29만 9900위안(약 56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폭스바겐의 준중형 전기 SUV ‘ID.4’의 시작가(약 4만 5095달러, 한화 약 6000만 원)보다도 훨씬 저렴한 금액이다.
크기는 키우고 가격은 낮추는 역발상이 적용됐다. ID.유닉스 08의 전장은 5m에 달하며,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m(3030mm)를 넘는다.
준중형급인 ID.4는 물론,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테슬라 ‘모델 Y’보다도 한 체급 위의 덩치를 자랑한다.
5m 덩치에 730km 주행…국산 EV와 비교하면?
성능 지표도 주목할 만하다. 저가형 전기차에 흔히 쓰이는 400V 시스템 대신 8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탑재했다. 여기에 최대 95kWh 용량의 대형 배터리를 장착해, 중국 CLTC 기준 1회 충전으로 최대 730km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속도 역시 315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약 20분 만에 채울 수 있다. 상위 사양의 경우 듀얼 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496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 만에 도달한다.
이러한 스펙을 국내 및 글로벌 시장의 중형급 이상 전기차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은 더욱 뚜렷해진다. 통상적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국산 중형 전기차의 시작 가격은 5000만 원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
특히 전장이 5m에 육박하는 대형 전기 SUV의 경우 7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조금을 제외한 순수 차량 가격만 놓고 볼 때, ID.유닉스 08은 대형 SUV이면서도 국산 중형 EV보다 1000만 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현지 특화 모델이지만…글로벌 가격 경쟁 ‘신호탄’
물론 이 차량은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샤오펑과 손잡고 만든 현지 전략형 모델이다. 샤오펑의 최신 레벨 2 수준 반자율주행 시스템과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각종 편의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출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모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전통의 완성차 업체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의 플랫폼과 기술력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하고,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를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는 비싸다”는 진입장벽이 현지 합작 모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의 가격 프레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