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차의 성공 여부는 매력적인 디자인이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차량이라도 제때 생산되어 고객에게 인도되지 못한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지프(Jeep)가 야심 차게 부활시킨 신형 ‘체로키’가 본격적인 흥행을 입증하기도 전에 생산 중단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부품 공급사와의 극심한 납품 단가 갈등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지며 출고 안정성에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1천억 원대 납품 단가 갈등…결국 멈춰선 공장
외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 지프의 멕시코 톨루카 공장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신형 체로키와 컴패스 모델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ZF 폭스콘 섀시 모듈’이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납품을 전면 거부했기 때문이다.

갈등의 골은 깊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지난해 연말 부품 공급망 유지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단가 인상과 더불어 약 2600만 달러(한화 약 350억 원)의 추가 대금을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부품사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7000만 달러(한화 약 940억 원) 규모의 추가 금액과 지속적인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개입으로 임시 봉합…다른 차종도 불똥 튀나
단가 갈등은 단순히 톨루카 공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당 부품사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와 닷지 차저 등을 생산하는 윈저 조립 공장에도 수천만 달러의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부품 공급을 끊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스텔란티스는 법적 대응이라는 강수를 뒀다. 생산 라인이 멈추는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법원이 임시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부품 공급이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하다. 양측이 근본적인 납품 단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생산 라인의 불안정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디자인보다 무서운 ‘출고 리스크’…수입 SUV의 그림자
이번 지프의 생산 차질 사태는 수입 SUV를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입차 구매 시 차량의 디자인이나 제원 못지않게 브랜드의 출고 안정성과 부품 공급 능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량이 아무리 훌륭해도 글로벌 공급망 이슈나 노사 갈등, 부품사와의 소송전 등으로 생산이 멈추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긴 출고 대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부품 수급 불안정은 향후 차량 인도 후 사고 수리나 A/S(애프터서비스) 과정에서도 부품 조달 지연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된다.

신차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법정 다툼으로 번진 이번 공급망 리스크가 지프의 글로벌 판매 전선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