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누적 생산 400만 대 금자탑… ‘글로벌 허브’ 우뚝
전 세계 유일무이 ‘1개 라인서 8종 생산’… 압도적 유연성이 성공 비결
항만 낀 최적의 입지와 최고 수준 품질력… 폴스타·그랑 콜레오스로 제2 전성기

30년 전 부산 강서구 신호동의 갯벌 위에 세워진 생산 기지가 이제는 르노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심장부로 거듭났다.
아시아의 작은 항구도시에서 시작된 ‘메이드 인 부산’의 품질 혁명은 유럽과 북미 등 자동차 본고장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혼류 생산하는 기술력과 항만 입지는 이곳을 연간 최대 5조 원 매출의 ‘캐시카우’이자 ‘글로벌 생산 허브’로 만들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11일 부산공장의 누적 생산량이 4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르노 그룹이 왜 부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요충지로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공장이 가진 경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르노가 부산을 택한 이유? “신이 내린 입지”

프랑스 르노 그룹이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며 부산공장을 품에 안았을 때, 업계에서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대체 불가능한 ‘물류 경쟁력’이었다.
부산공장은 공장 부지가 전용 부두와 맞닿아 있다. 생산 라인에서 갓 나온 차량을 트레일러에 싣고 이동할 필요 없이, 공장 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수출선에 선적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수출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것은 물론, 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파손 위험을 원천 차단하여 납기 준수와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점이다.
실제로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400만 대 중 수출 차량은 약 180만 대에 달한다. 특히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닛산의 베스트셀링 SUV인 ‘로그’를 위탁 생산해 북미로 수출했던 경험은 부산공장의 진가를 전 세계에 알린 계기였다.

당시 부산공장에서 만든 로그는 미국 본토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보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으며 ‘메이드 인 부산’의 프리미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전 세계가 놀란 ‘마법의 라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한 곳에서
부산공장의 진짜 무기는 입지를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유연성’에 있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곳은 단 하나의 조립 라인에서 최대 4개의 플랫폼과 8개의 서로 다른 차종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최첨단 ‘혼류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소형 세단부터 중형 SUV, 심지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한 줄에서 섞여 나오는 이 광경은 해외 엔지니어들도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내연기관 생산 라인을 전기차 조립까지 가능하도록 전면 개편했다.
덕분에 현재 최고 인기 모델인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와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폴스타 4’가 한 지붕 아래서 동시에 생산되며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400만 대 넘어 500만 대로… 다시 뛰는 심장
가장 많이 생산된 모델은 ‘국민차’였던 SM5(95만 4,000대)였지만, 이제 바통은 최신 기술이 집약된 모델들이 이어받았다.
최근 출시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내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폴스타 4’는 부산공장의 전동화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르노 그룹은 부산공장의 뛰어난 품질과 생산성을 인정해, 향후 그룹의 중장기 전략인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2027’의 핵심 허브로 이곳을 지목했다.
단순히 르노 브랜드뿐만 아니라 닛산, 미쓰비시, 폴스타 등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부산공장의 400만 대 대기록은 사람과 기술의 힘”이라며 “르노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갯벌에서 시작된 도전이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잭팟’으로 돌아온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