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산이 중국 둥펑자동차와 합작해 선보인 신형 중형 SUV ‘NX8’이 파격적인 가격과 제원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가장 작은 소형 SUV보다 저렴한 2,900만 원대 시작 가격표를 달았음에도, 1회 주유 및 충전으로 무려 1,450km를 달리는 주행거리 연장형(EREV) 시스템을 탑재했다.
단순한 내수용 저가 차를 넘어 글로벌 하이브리드 패밀리카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선 셈이다.
쏘렌토보다 큰 덩치에 벤츠급 실내
최근 공개된 NX8은 철저히 실용성과 첨단 편의사양에 초점을 맞춘 중형 패밀리 SUV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70mm, 휠베이스 2,917mm에 달한다. 매끄러운 곡선 위주의 외부 실루엣에, 차량 앞뒤를 가로지르는 풀 그래픽 OLED 램프를 달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핵심은 실내다. 운전석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별도로 중앙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15.6인치 듀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여기에 63인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 빌트인 냉장고, 안마와 통풍 기능을 지원하는 AI 무중력 시트까지 적용되어 고가의 프리미엄 수입차에서나 볼 법한 거주성을 자랑한다.
쏘렌토·싼타페·액티언과 붙여본 결과
이 차량이 만약 국내에 도입된다면, 3천만 원대 국산 중형 SUV 시장의 생태계를 뒤흔들 파괴력을 지녔다.

NX8의 중국 현지 출시 가격은 14만 9,900위안, 우리 돈 약 2,9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가장 가성비가 좋다는 KGM 액티언(3,395만 원)보다도 저렴하며, 친환경차 혜택을 받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3,786만 원)나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3,888만 원)와 비교하면 1,000만 원 가까이 싼 금액이다.
크기와 효율에서도 국산 경쟁차를 압도한다.
전장 4,870mm인 NX8은 쏘렌토(4,815mm)와 싼타페(4,830mm)보다 길어 2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파워트레인 역시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오직 배터리 충전용 발전기로만 사용하는 EREV 방식을 채택해, 중국 CLTC 기준 1,450km의 합산 주행거리를 낸다. 실주행 기준 900~1,000km 수준인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들보다 장거리 운행에 유리하다.
하지만 ‘브랜드 꼬리표’와 중고차 감가율 앞에서는 국산차의 굳건한 벽을 넘기 어렵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 한 차례 철수한 바 있는 닛산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 그리고 중국 둥펑자동차 합작 모델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치명적인 진입 장벽이다. 초기 구매 비용이 아무리 싸더라도 보증 수리가 불투명하고 3~5년 뒤 중고차로 되팔 때의 막대한 감가 폭탄은 피할 길이 없다.
선택은 운전자의 몫
이러한 수입 EREV 모델의 등장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당장의 예산을 아끼면서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부럽지 않은 최첨단 테크 옵션과 광활한 주행거리를 누리고 싶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반면, 가족을 태우는 패밀리카로서 전국 어디서든 마음 편히 정비를 받고, 5년 후 차를 바꿀 때 제값을 확실히 보장받고 싶은 운전자라면 초기 1,000만 원을 더 주더라도 쏘렌토나 싼타페에 머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