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사주세요”…위기의 기아 ‘눈물의 할인’ 결단, 왜 이 지경까지?

기아, EV9 상위 트림 최대 2000달러 인하
고금리·재고 부담 속 경쟁사 공세 맞불
단순 할인 아닌 장기 전략 시험대 올라

기아가 북미 시장에서 전기 SUV EV9의 일부 트림 가격을 낮췄다. 내연기관 모델 대부분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기차 열기가 주춤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아도 방향을 조정한 것이다.

전기차 열기 식자…EV9, 상위 트림 가격 낮춘 이유

EV9은 브랜드의 간판 전기 SUV다. 3열 좌석과 대형 차체로 북미 시장을 겨냥해 출시된 모델인데, 상위 트림을 중심으로 1천~2천 달러가량 가격이 낮아졌다.

반면 시작가는 그대로다. 단순한 할인 전략이라기보다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한 정교한 포지셔닝에 가깝다. 6만 달러 선을 넘나들던 모델을 5만 달러대에 맞춰두면,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커진다.

배경에는 뚜렷한 시장 상황이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할부 부담이 커졌고, 충전 인프라 확충이 더디자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특히 고가 트림은 재고가 쌓이기 쉽다. 팔리지 않는 재고는 곧 손실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는 일종의 안전판이 된다.

단기 할인 아닌 장기 승부수…기아 EV9의 시험대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테슬라는 이미 수차례 가격을 흔들며 시장을 선도했고, 포드와 GM도 전기차 할인과 인센티브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시리즈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테슬라와 미국 빅3도 가격을 흔드는 상황에서 기아가 가격을 고수했다면 오히려 시장에서 밀릴 위험이 컸다.

기아는 EV9의 트림별 가격을 조정해 모델 간 차이를 뚜렷이 했고, 공급망 안정으로 생긴 여유분을 인하에 반영해 점유율 확대를 노렸다.

동시에 최근 목적지 수수료를 소폭 올려, 실제 구매가는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인하 폭은 더 크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할인 이벤트가 아니다. EV9이 기아 전동화 전략의 핵심 모델인 만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는 장기적 대응에 가깝다.

다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금리, 충전 인프라, 경쟁사의 움직임이 얽혀 상황은 빠르게 변한다. 기아의 이번 선택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신호탄이 될 수 있지만, 결과는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