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아우디도 아니었다”…마침내 SUV ‘1위’ 차지한 기아 車, 정체보니

EV6, 배터리 성능 전 세계 1위
EV5는 실용성 강점… 배터리는 ‘옥에 티’
배터리 원산지가 소비자 선택 가를 변수

“배터리는 결국 오래 못 쓴다.”는 전기차에 대한 흔한 오해를 기아가 깨뜨렸다.

기아의 전기차 EV6가 글로벌 중고차 배터리 성능 조사에서 테슬라를 누르고 1위에 오르며, 전기차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실용 전기 SUV로 소비자 관심 1위를 차지한 EV5는 다른 이유로 주목을 받는다. 공간, 디자인, 가격 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중국산 배터리 탑재는 소비자들에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성능은 EV6, 실용성은 EV5… 갈라지는 전기차 전략

스웨덴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 KVD빌이 공개한 배터리 성능 조사에서, 기아 EV6는 조사 대상 1366대 중 가장 낮은 배터리 성능 저하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테슬라 모델Y, 니로 EV, 오펠 모카e, 아우디 Q4 e-트론 등이 뒤를 이었지만, 기아는 EV6와 니로 EV를 나란히 상위에 올리며 브랜드 신뢰도를 단단히 다졌다.

이 결과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EV6에 SK온의 국산 배터리가 탑재되어 열 안정성과 충전 효율이 높고, 장기간 사용해도 성능이 잘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KVD빌의 시험 책임자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차량이 배터리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최근 국내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EV5는 또 다른 의미로 기아 전기차 전략의 중심에 있다. 실용적인 SUV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넉넉한 공간 덕분에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신차 구입의향 1위에 오를 만큼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쪽은 국산, 다른 한쪽은 중국산… ‘배터리 신뢰도’가 관건

문제는 배터리다. EV5는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성능이 나쁜 건 아니지만, 국산에 비해 신뢰도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심장이다. 디자인과 가격이 마음에 들어도, 배터리에 대한 불안은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다.

반대로 EV6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성능을 입증했다. 배터리 성능을 기준으로 본다면, EV6는 ‘검증된 프리미엄’, EV5는 ‘기대되는 실용형’으로 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전기차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배터리를 썼느냐를 본다”며 “같은 브랜드라도 배터리 원산지에 따라 인식이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브랜드, 다른 배터리… 기아의 다음 수는?

기아의 전기차 전략은 EV6와 EV5를 통해 양 갈래로 나뉜다.

EV6는 기술력과 내구성을 앞세운 모델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V5는 가격과 디자인으로 접근성을 높이며, 실용 전기차의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다만 배터리 성능이 전기차 가치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두 모델 간 배터리 신뢰도 격차가 중장기적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테슬라, 현대차, 심지어 중국 로컬 브랜드들까지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가 어떤 배터리를 어디에 쓰느냐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닌 브랜드 신뢰의 문제가 되고 있다.

디자인과 실용성, 그리고 기술력 사이에서 기아가 어떤 균형을 택할지, 전기차 시장의 다음 변화를 가를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