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지원에 기대어 고속 성장하던 미국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삭감’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표를 상쇄해주던 정책적 혜택이 사라지자, 차량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의 극도로 민감한 수요 반응이 통계로 고스란히 증명됐다.
미국 정부의 압박과 무역 장벽을 피하고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해 현지 생산 거점을 맹렬히 늘려온 현대자동차그룹에게는 뼈아픈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숫자로 증명된 수요 붕괴… 점유율 5%대 추락
자동차 전문 외신과 S&P 글로벌 모빌리티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내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5만 9,802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증발한 41%의 폭락세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던 점유율 역시 기존 8.3%에서 5.1%로 주저앉았다.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던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자, 가격 저항선을 넘지 못한 수요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10조 원도 모자라 35조 원 추가 베팅… 엇갈린 타이밍
이러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침체는 누구보다 현대차그룹에게 가혹한 청구서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HMGMA)과 배터리 합작사에 약 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 행정부의 징벌적 관세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해인 2025년에는 미국 현지 생산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해 무려 26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추가 대미 투자 계획까지 연이어 발표해야만 했다.
미국 내에서 차를 만들어야만 관세를 피하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에 굴복해 수십조 원 단위의 출혈 투자를 강행한 것이다.
쌓이는 재고와 딜러망의 눈물… 험난한 생존 게임
하지만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공장들이 양산 체제를 갖춰가는 현시점, 미국 전기차 시장은 누적 수십조 원의 투자가 무색할 만큼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정작 차량을 구매할 소비자들이 보조금 축소와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기막힌 역설이다.

현지 딜러망에는 팔리지 않는 전기차 재고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으며, 이를 밀어내기 위해 현대차는 막대한 딜러 인센티브와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어야 하는 실정이다.
차량을 한 대 팔 때마다 고스란히 기업의 영업이익이 깎여나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중심주의 정책에 맞춰 누적 40조 원이 넘는 자본을 쏟아부었지만, 정책 변동성과 수요 절벽 앞에 기업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위적인 혜택이 사라진 냉혹한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교차 생산 등 생산 라인의 유연성을 즉각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막대한 투자금은 심각한 재무 리스크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