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연합훈련인 ‘발리카탄(Balikatan)’의 성격이 180도 바뀌었다.
과거 미군과 필리핀 해병대가 적 해안에 침투하는 공세적인 ‘상륙 작전’에 방점을 찍었다면, 올해 열린 ‘발리카탄 2026’은 철저한 방어와 원천 봉쇄로 판을 뒤집었다.
남중국해와 대만 남쪽을 통해 필리핀 영토로 밀고 들어오는 가상의 적 함정과 드론 떼를 해안선 밖에서 완벽하게 수장시키는 것. 이것이 이번 훈련이 보여준 3국 연합의 새로운 생존 공식이다.
단일 화면으로 묶인 3국의 방공망… 일본의 전진 배치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미·일·필 3국의 방공 자산이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묶였다는 점이다. 각국이 고립된 채 자기 영공만 지키며 미사일을 쏘던 과거의 파편화된 전술은 완전히 폐기됐다.

미 육군과 해병대, 필리핀 공군은 물론, 참관객 위치에서 벗어나 전투 병력을 파견한 일본 자위대까지 하나의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망(IAMD) 아래 뭉쳤다.
레이더가 표적을 탐지하면 3국의 무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며, 고도와 타깃의 성격에 따라 요격 임무를 철저하게 분담하는 완벽한 실전 시나리오가 가동된 것이다.
우선 필리핀 공군의 이스라엘제 ‘SPYDER(스파이더)’ 지대공 체계가 기지와 해안 거점 상공에 든든한 미사일 우산을 씌웠다.
여기에 대만과 인접한 북부 루손 등 핵심 방어 축에는 일본 자위대가 직접 끌고 온 ‘Type 11(11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촘촘하게 전진 배치되어 방공망의 빈틈을 메웠다.
비싼 미사일 낭비는 없다… ‘가성비 드론 킬러’의 등장

최근 전장의 판도를 통째로 흔들고 있는 소형 무인기와 드론 떼 위협에 대한 3국의 대비책도 눈에 띈다.
미군이 해안선에 전진 배치한 ‘VAMPIRE(다목적 정밀타격체계)’와 ‘MADIS’, ‘Avenger’ 등은 드론 사냥에 특화된 하층 방어 무기들이다.
적이 싸고 작은 드론을 수십 대씩 날려 아군의 레이더망을 교란하려 할 때,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소진하는 대신 차량에 얹은 팔레트형 레이저 유도 로켓(VAMPIRE) 등으로 저렴하고 확실하게 드론을 청소하는 전술적 가성비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하늘의 빗장을 걸어 잠그면, 바다에서는 무자비한 상륙 저지(Counter-landing) 타격이 시작된다.

팔라완 해안으로 들이닥치려는 모의 적 보트와 무인수상정(USV)을 향해 필리핀이 도입한 마하 2.8급 초음속 미사일 ‘BrahMos(브라모스)’, 일본의 ‘Type 88(88식 지대함 미사일)’, 그리고 미군의 ‘HIMARS(하이마스)’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거대한 ‘고슴도치’로 변한 필리핀… 다층 봉쇄망의 완성
이러한 무기 체계들의 유기적인 결합은 이번 훈련이 단순한 화력 시범을 넘어섰음을 시사한다.
적이 해안에 발을 딛기 전에 먼바다에서부터 정밀 타격해 접근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킬 웹(Kill Web)이 남중국해 한복판에 완성된 것이다.
이제 필리핀의 수많은 섬들은 단순히 미군이 머무는 기지가 아니라, 다가오는 적을 찔러버리는 거대한 ‘고슴도치’의 가시로 변모했다.

비싼 요격 미사일을 아끼면서도 드론 스웜과 적 함대의 상륙을 다층적으로 찢어버리는 이 치밀한 생존망.
일본의 촘촘한 미사일 자산까지 하나의 데이터로 끌어들여 묶어낸 이 압도적인 통합 방어망이야말로, 적의 해양 팽창을 틀어막기 위해 3국이 내놓은 가장 치명적이고 확실한 경고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