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잊고 있었는데 “9월부터 싹 다 막힙니다”…지금 당장 바꿔야 하는 이유

9월부터 만료 면허증, 신분증 인정 불가
운전은 가능하지만 금융·행정창구 제동
갱신 미룬 57만 명, 생활 곳곳 불편 직격탄

운전면허증은 오랫동안 가장 손쉽고 널리 쓰이는 신분증이었다. 지갑 속에서 꺼내기만 하면 은행 창구도, 통신사도, 심지어는 관공서 민원 창구까지 문이 열렸다.

그런데 9월부터는 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갱신 기간을 넘긴 운전면허증은 더 이상 신분증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은 가능하지만 신분 확인은 불가…생활 곳곳서 불편 불가피

경찰청은 진위확인 시스템을 개편해 만료된 면허증을 제시할 경우 화면에 ‘기간 경과’라는 문구가 뜨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발급 당시 정보와 일치하면 ‘일치’로 처리돼 큰 제약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금융기관이나 관공서에서 신분증으로 사용하려다 바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면허 갱신을 미룬 사람만 현재 57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치가 면허 자체의 효력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갱신을 놓쳤다고 해서 운전이 즉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정해진 적성검사와 갱신 절차를 계속 미루면 과태료나 취소 같은 기존 제재가 따르는 건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변경은 신분증으로서의 사용에만 칼날을 들이댄 셈이다.

형평성·보안 논란 끝낸 조치…이젠 면허증도 유효기간 따른다

이런 변화가 추진된 배경에는 형평성과 안전 문제가 있다.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용이 제한되지만, 실물 운전면허증만은 예외였다.

이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는 갱신이 안 된 면허증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선이 빚어졌고, 장기간 방치된 분실 면허증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돼왔다.

경찰청은 제도 개선으로 신분증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금융사기 같은 범죄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당장 달라지는 현실이다. 금융거래, 휴대전화 개통, 각종 행정업무에서 신분증 확인이 막히면 생활에 큰 불편이 뒤따른다.

갱신을 미루고 있던 이들이 가장 먼저 겪게 될 상황이다. 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열려다, 편의점에서 유심을 사려다 ‘기간 경과’ 문구가 뜨는 순간 낯선 난관과 마주할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신분증을 챙겨 두거나 서둘러 갱신 절차를 밟는 일이다.

많은 이들에게 운전면허증은 단순한 운전 자격증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열쇠였다. 그 열쇠가 9월부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필요한 순간에 발이 묶이면 불편은 배가된다. 더 늦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신분 확인의 기준이 다시 세워지는 지금, 작은 방심이 예상치 못한 불편을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