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올해 한국서 3만 대 돌파하며 판매 독주
핵심은 중국식 부품 전략… 모델 3·Y 뼈대까지 바꿨다
전기차 경쟁의 중심축이 제조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
테슬라가 올해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3만 4천 대를 넘어섰고, 모델 Y가 수입차 1위에 오르는 등 압도적인 판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테슬라 열풍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숨어 있다. 지금 한국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상당수가 사실상 중국 전기차의 제조 전략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모델 3·Y 뼈대까지 바꾼 중국식 제조의 힘
테슬라는 오래전부터 다른 회사 차량을 분해하며 생산 구조를 연구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를 들여다봤을 때의 충격은 남달랐다. 외관은 전혀 다른 모델들인데, 보닛 안쪽을 열면 동일한 규격의 부품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와이퍼 모터부터 히트펌프, 배선 구조까지 ‘보이지 않는 곳’을 하나의 설계로 통일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방식이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전략은 제조 원가를 압도적으로 낮추는 핵심 비결이었다.
테슬라는 이 구조를 즉각 흡수했다. 이후 출시된 모델 3와 모델 Y는 약 75%에 이르는 부품을 공유하며 사실상 한 뼈대에서 파생된 차량으로 재탄생했다.
플랫폼, 구동계, 실내 구성까지 크게 묶은 뒤 차종별로 필요한 부분만 달리하는 방식이다. 외형은 별개의 차량처럼 보이지만, 근본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
이 전략은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오늘날 한국에서 테슬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한국서 팔린 3만 대의 비밀, ‘중국식 테슬라’의 역설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한국에서 팔린 3만 대가 넘는 테슬라 상당수가 바로 이런 중국식 제조 전략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내부 구조를 표준화해 가격 장벽을 낮추지 않았다면 지금의 판매 속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테슬라가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방식에서 배운 효율과 계산된 설계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 완성차 업계에도 강한 자극을 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으로 전기차 구조를 묶고, 대형 알루미늄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하이퍼캐스팅까지 도입하며 제조 공정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경쟁이 이제 배터리 용량이나 디자인을 넘어, 얼마나 적은 부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팔리는 테슬라의 성장세는 단순한 판매 호조를 넘어 전기차 산업 전반의 방향 변화를 시사한다.
미국 브랜드가 중국 제조 전략을 흡수해 글로벌 시장을 달리고, 한국 소비자들이 그 결과물을 가장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어떤 제조 방식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