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2026년에도 현역인데”… 신차가 대비 80% 폭락한 ‘충격적 시세’
이안 칼럼의 역작, 1,500만 원으로 누리는 ‘하차감’은 우주 최강
“싼 데는 이유가 있다”… 인제니움 엔진·냉각수 누수 등 ‘정비 폭탄’ 주의보

“동창회에 타고 나가면 다들 성공했냐고 물어봅니다. 사실은 중고 아반떼 가격에 사 온 건데 말이죠. 겉모습만 보면 1억짜리 차랑 다를 게 없습니다. 근데 수리비 영수증을 볼 때마다 ‘아, 내가 이래서 싸게 샀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최근 2017년식 재규어 F-페이스를 1,600만 원에 중고로 업어온 직장인 박 모 씨(35)의 솔직한 후기다. 그는 “가성비로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받는 시선)’을 챙기기엔 이만한 차가 없다”면서도 “정비소 사장님과 베프가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때 강남 사모님들의 ‘우아한 장바구니’로 불렸던 재규어의 첫 SUV, F-페이스가 중고차 시장에서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산 경차나 준중형 세단 살 돈이면 영국의 럭셔리 SUV 키를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가격 실화?”… 독일차는 꿈도 못 꿀 가성비
현재 엔카 등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2017~2018년식 F-페이스(20d 등급 기준)의 시세는 1,300만 원대에서 2,000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신차 출고가가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을 호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감가 폭탄’을 맞은 수준이다.

비슷한 연식의 경쟁자인 벤츠 GLC나 BMW X3가 여전히 3,000만 원 중반대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F-페이스의 가격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재규어는 전시장 문을 나서는 순간 반토막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 셈이다. 덕분에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지만 수입차 감성을 느끼고 싶은 젊은 층에게 ‘현실적인 드림카’로 급부상했다.
시간이 멈춘 디자인, 도로 위 압도적 존재감
F-페이스가 1,000만 원대 중고차 시장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연 디자인 때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빚어낸 F-페이스의 외관은 출시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재규어의 스포츠카 F-타입을 쏙 빼닮은 날렵한 테일램프와 근육질의 휀더는 도로 위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전히 1억 원에 육박하는 신차로 오해하기 딱 좋다.
“싸다고 덥석 물었다간…” 악명 높은 고질병

하지만 딜러들도 “차는 예쁜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재규어 랜드로버 그룹 특유의 악명 높은 잔고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고 구매 전 반드시 엔진룸 안쪽을 꼼꼼히 살필 것을 당부한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엔진에서 들려오는 ‘찰찰찰’ 소음이다. 이는 10만 km 전후의 인제니움 엔진 차량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타이밍 체인 늘어짐’ 현상의 전조증상이다.
밥솥의 추가 돌아가는 듯한 이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하다간 체인이 엔진 내부를 갉아먹어 수리비만 수백만 원이 청구될 수 있다.
엔진룸 바닥의 누수 흔적도 놓쳐선 안 된다. 냉각수 라인의 ‘Y자 파이프’가 플라스틱이라 내구성이 약해 연식이 조금만 지나도 잘 터지기로 유명하다. 냉각수 부족 경고등을 방치하면 엔진 과열로 이어져 폐차까지 갈 수 있다.

이 외에도 멀쩡하던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먹통이 되거나, 시동을 걸었는데 기어 노브가 올라오지 않는 등의 자잘한 전장 오류는 재규어 오너들이라면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와도 같다.
‘정비’를 취미로 삼을 수 있다면 최고의 선택
결국 1,500만 원짜리 F-페이스는 ‘독이 든 성배’ 같다. 달콤하지만 유지비라는 대가가 쓰다. 수입차 정비사는 “공식 센터만 고집하지 말고 재규어 전문 사설 정비소를 찾을 부지런함이 있으면 최고의 가성비 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저 “싸고 폼 나니까” 샀다간 차 값보다 수리비가 더 나오는 악몽을 꿀 수 있다. 다만 조금만 공부하고 예방 정비 예산(약 300~500만 원)을 따로 잡아두면, F-페이스는 도로 위 ‘영국 신사’가 되는 가장 저렴한 입장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