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다 “손잡이 얼었다”…테슬라 속앓이
중국, 2027년부터 매립형 핸들 ‘수동개폐’ 의무
중국발 규제에 글로벌 설계 변경…매립형 핸들 퇴장?

한국 소비자들이 매번 겨울철마다 “문 손잡이가 얼어 안 열린다”며 거센 불만을 제기했던 테슬라의 ‘매립형(Retractable) 도어 핸들’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디자인의 혁신으로 불렸지만, 한국의 혹한기와 안전 문제 앞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이 방식에 대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사실상 퇴출을 예고하는 강력한 규제 칼날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겨울엔 ‘꽝꽝’, 사고 땐 ‘골든타임’… 매립형 핸들, 안전 논란 정조준
최근 외신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대해 ‘기계식 비상 개폐 장치’가 없는 매립형 도어 핸들의 적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디자인을 위해 문 손잡이를 차체 안으로 숨기더라도, 비상 상황에서는 반드시 전력 없이 물리적인 힘만으로 외부에서 즉각 문을 열 수 있는 직관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 특히 큰 환영을 받고 있다. 그동안 테슬라를 비롯한 많은 전기차 제조사들은 매끈한 디자인과 공기 저항 감소를 이유로 전자식 매립형 핸들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정작 겨울만 되면 주요 커뮤니티에는 “손잡이가 꽁꽁 얼어붙어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최첨단 전기차를 타면서도, 정작 문을 열기 위해서는 “주먹으로 손잡이를 ‘쾅쾅’ 쳐서 얼음을 깨야 한다”거나 “뜨거운 물이나 핫팩으로 녹여야 한다”는 원시적인 ‘생존 팁’이 공유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어 온 탓이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이 방식은 치명적인 안전 결함도 안고 있다. 전자 신호로 작동하는 매립형 핸들은 교통사고 충돌로 인해 배터리 전원이 차단되거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외부에서 문을 열 방법이 없어 탑승자의 탈출과 구조를 어렵게 만든다.

실제 국내외 사고 현장에서는 구조대가 직관적인 손잡이를 찾지 못하거나 작동시키지 못해, 창문을 깨고 탑승자를 구조해야 했던 아찔한 사례들이 빈번했다.
중국이 바꾸는 글로벌 룰… 매립형 핸들, 2027년 ‘퇴장’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발(發) 규제가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표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테슬라나 벤츠 같은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 수출용 차량과 그 외 국가용 차량의 설계를 따로 가져가는 것은 비용 효율 측면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중국의 규제 덕분에 2027년부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들이 더 직관적이고 안전한 기계식 도어 핸들을 갖춘 전기차를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보행자 안전 문제로 자취를 감춘 ‘팝업 헤드램프’처럼, 심미성을 위해 안전과 편의를 희생했던 매립형 핸들 역시 안전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