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혁신 아이콘에서 파산
NASA·월마트와 협력했으나
자금난에 결국 역사 속으로

한때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Canoo)’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카누는 최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챕터 7 파산을 신청하며 모든 운영을 중단했다. 약 8년 전 야심 차게 출범했던 이 회사의 도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전기차 스타트업의 야심찬 출발, ‘카누’의 시작
카누는 2017년 스테판 크라우제와 울리히 크란츠가 설립했으며, 처음에는 ‘에벨로즈시티(Evelozcity)’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2019년 ‘카누’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는 혁신적인 전기차 설계 기술로 주목받았다.

이 기술은 다양한 차체를 올릴 수 있는 모듈형 설계로, 2020년 현대차그룹과의 전기차 플랫폼 공동 개발 협력까지 성사시켰다. 그러나 1년 만에 양사의 파트너십은 종료되며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럼에도 카누는 한때 화려한 순간들을 맞았다.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며 24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NASA, 미국 국방부, 월마트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NASA의 아르테미스 유인 비행 프로그램에서 공식 차량으로 선정되면서 ‘미국산 전기차’로 상징성을 부각했다. 월마트는 카누의 전기 밴 4,500대를 주문했으며, 지바(Zeeba)와 킹비(Kingbee) 등과의 대량 계약도 이어졌다.
현대차 결별 이후 가속화된 위기
그러나 회사의 발목을 잡은 건 자금난이었다. 2020년 말부터 주가가 폭락해 2023년 하반기에는 고점 대비 96% 이상 하락했다.

현대차와의 결별 이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미국 에너지부(DOE) 대출 지원에도 실패했다. 운영비 절감을 위해 감원을 단행했으나 끝내 생존하지 못했다.
토니 아퀼라 CEO는 성명에서 “직원들과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면서도, “재정적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회사의 청산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카누의 몰락이 전기차 스타트업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테슬라 외의 전기차 기업들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때 전기차 시장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렸던 카누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치열한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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