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어 하나를 두고 국가의 외교 안보 노선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방위 정책의 최상위 지침인 3대 안보문서 개정을 앞두고,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중국을 공식적인 ‘위협’으로 규정할지를 둘러싼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압박을 문서에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굳이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외교적 마찰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위협’ 명기를 둘러싼 3년 만의 딜레마
논쟁의 핵심은 중국의 팽창을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에 있다.

일본은 지난 2022년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면서 중국을 향해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명확하게 ‘안보상 중대한 위협’이라고 적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연립 여당이었던 공명당이 중국과의 전면적인 대립을 피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해 수위가 조절되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자민당 안보조사회를 중심으로 기존의 유화적인 표현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군비 증강 속도가 빨라진 데다, 일본의 방위선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항공모함 2척이 괌을 연결하는 가상의 방어선인 제2도련선 인근까지 전개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일본 주변에서 공동 비행을 실시한 사건은 일본 내부의 안보 불안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강경파들은 미군의 군사적 우위가 흔들리고 중·러의 전략적 연계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안보문서의 단호한 규정 없이 효과적인 방위 정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외교적 마찰과 안보 현실 사이의 줄다리기
반면 문서상의 수사가 현실의 외교를 망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안보문서에 공식적으로 ‘위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순간, 중국의 거센 경제적·외교적 보복을 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계산 때문이다.

전직 외무상 등 당내 온건파들은 실질적인 군사적 이득 없이 상대의 반발만 부르는 강경 표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만 유사시를 거론하며 중일 관계 악화의 빌미를 제공했던 전력이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현 총리조차 현재는 중국과의 전략적 상호호혜 관계 구축을 내세우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단어 하나를 둘러싼 이 싸움은 일본 정치권 전체의 합의를 거쳐야 마무리될 전망이다. 자민당 독단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만큼, 강경론을 펴는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 등과의 타협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각 당은 현재 논점 정리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개정안에 대한 제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총성 없는 전장이라 불리는 외교 안보 무대에서, 일본이 작성할 문서 한 줄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