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 국산 승용차 ‘포니’ 6대가 에콰도르로 향하며 시작된 한국 자동차 수출의 역사가 50년 만에 지구 둘레를 아홉 번이나 감쌀 수 있는 거대한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의 이면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무서운 안방 침투와 주요국의 자국 생산 보호주의라는 거센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지구 9바퀴 감싼 50년의 질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는 첫 수출 이래 올해 4월까지 총 7,654만 8,569대의 누적 수출량을 기록했다.
승용차 한 대의 길이를 4.7m로 환산해 일렬로 세우면 약 4만km인 지구 둘레를 아홉 바퀴나 돌 수 있는 규모다.

1999년 처음으로 1,000만 대 고지를 넘은 이후, 최근에는 4년 주기로 1,000만 대씩 추가될 만큼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현 추세라면 내년 중 8,00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국내 생산 부문 역시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1955년 미군 지프를 개조해 만든 ‘시발자동차’로 시작된 한국 자동차 생산은 71년 만에 누적 1억 3,000만 대를 돌파했다.
1992년 1,000만 대를 넘어선 지 약 34년 만에 이뤄낸 성과로,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 강국임을 입증하는 숫자다.
화려한 기록 뒤에 숨은 ‘안방 위기’
하지만 산업 현장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50년 수출 신화의 근간인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력 시장은 이미 자국 생산 차량에만 혜택을 주는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는 ‘침투’를 넘어 ‘점유’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국내 시장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4.7%에 불과했으나, 2025년 기준 33.9%로 7배 넘게 폭증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6.1%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해외 주요국들이 자국 생산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내 생산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등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7,655만 대라는 기록적인 수출 성과는 탄탄한 국내 제조 현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와 글로벌 보호주의 속에서 향후 50년의 수출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 기지를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