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SAIC 합작 ‘IM 모터스’, 플래그십 SUV ‘LS9 하이퍼’ 공개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 모터스’ 탄생 격… IT 기술 집약된 ‘달리는 스마트홈’
“현대차 독주 한국선 불가능한 시나리오”… 빅테크+완성차 ‘이종 결합’ 시사점

만약 한국의 검색·쇼핑 공룡인 네이버(Naver)가 현대자동차의 공장을 빌려 ‘네이버 자동차’를 출시한다면 어떨까.
운전석엔 ‘네이버 지도’가 기본 OS로 깔려 있고, 조수석에선 ‘치지직’ 스트리밍을 보며, 퇴근길엔 음성으로 ‘네이버 장보기’를 주문하는 그런 차 말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 시나리오가 중국에서는 현실이 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빅테크인 알리바바(Alibaba)가 상하이자동차(SAIC)와 손잡고 만든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IM 모터스’가 플래그십 SUV ‘LS9 하이퍼(Hyper)’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거대 IT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면 어떤 괴물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엔진은 거들 뿐… 700마력 ‘괴물 스펙’
LS9 하이퍼는 순수 전기차가 아닌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다. 보닛 아래 1.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153마력)이 있지만, 바퀴를 굴리는 데는 쓰이지 않는다. 오직 65.9kWh 대용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한다.
실제 구동은 전륜 1개(215마력), 후륜 2개(261마력) 등 총 3개의 전기 모터가 담당한다. 합산 출력 700마력을 넘나드는 이 시스템은 육중한 덩치를 가볍게 밀어붙인다.
배터리만으로도 약 308km(191마일)를 주행할 수 있어, 시내 주행에선 기름 한 방울 쓰지 않는 전기차나 다름없다.
“지게차처럼 돈다”… 알리바바의 AI 기술력

가장 놀라운 기능은 ’24도 스마트 4륜 조향 시스템’이다. 알리바바의 AI 제어 기술이 접목된 이 기능은 뒷바퀴를 과감하게 꺾어준다.
덕분에 전장 5,279mm의 거구가 유턴할 때 필요한 회전 반경은 고작 4.95m에 불과하다.
이는 경차인 ‘스마트 포투’보다도 2m나 짧은 수준으로, 좁은 골목길에서도 지게차처럼 제자리 돌기에 가까운 기동성을 보여준다. 빅테크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샤워기에 5K 극장까지… ‘집보다 편한 차’
실내 역시 IT 기업의 DNA가 흐른다. 대시보드를 꽉 채운 27.1인치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전용 15.6인치 화면, 그리고 뒷좌석 천장에서 내려오는 27인치 5K 시네마 스크린은 완벽한 ‘움직이는 영화관’을 구현했다.

심지어 캠핑족을 위해 트렁크 테일게이트에 통합형 샤워기까지 옵션으로 제공한다. “차 안에서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해결하라”는 알리바바식 생태계 전략이 자동차라는 공간에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한국엔 왜 ‘네이버 차’가 없을까
중국의 ‘알리바바 차’, ‘샤오미 차’, ‘화웨이 차’ 열풍을 보며 한국 소비자들은 의문을 갖는다. “왜 우리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만든 차를 볼 수 없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특한 시장 구조를 원인으로 꼽는다. 현대차·기아가 내수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굳이 주도권을 나눠가며 IT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 유인이 적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OS)부터 배터리 내재화까지 ‘독자 생존’을 추구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쓰고 있다.

반면, 수백 개의 자동차 회사가 난립하는 중국은 생존을 위해 IT 공룡의 자본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수혈받는 ‘이종 결합’이 필수 생존 전략이다.
알리바바의 LS9 하이퍼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주도권이 ‘제조’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이 실험이 글로벌 시장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