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경고’했는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미국·독일 나서자 ‘충격적 결과’

러시아의 불법 거래 정황 포착
유령 회사 통해 군수 물자 확보
국제 사회의 제재 효용성 논란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유령 회사를 통해 상당수의 첨단 물자를 도입, 자국군의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해 전면 제재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발견된 무기 잔해에서 여전히 서방제 부품이 확인되었으며, 이번에는 드론 등을 넘어 핵잠수함 전력 유지에 필요한 물자도 러시아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핵잠수함 선단 보호에 필수 장비 도입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독일 공영 방송 NDR 등의 공동 취재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의 핵잠수함을 보호하기 위해 유령 회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유령 회사들은 음파 탐지 시스템과 수중 드론, 해저 안테나, 위장 선박 함대 등을 구매했으며 이렇게 얻은 장비는 러시아의 수중 감시 시스템 ‘하모니’에 사용되었다.

하모니는 해저 센서망을 통해 미군 잠수함의 접근을 탐지하고 러시아의 잠수함 전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하모니가 설치된 지역은 바렌츠해와 그 주변의 북극해 일대이며 러시아의 북방 함대 기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보복 작전을 이끄는 핵심 전력

러시아군이 보유한 핵잠수함은 핵 억지력의 핵심 축으로 손꼽힌다. 이는 러시아 본토가 적의 공격으로 파괴되더라도 잠수함이 살아 남으면 보복 핵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복 역량은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 공격을 시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억제 수단이자 러시아가 자국의 핵잠수함 전력을 보호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해군 작전 전문가 브라이언 클라크는 “하모니 시스템이 러시아 잠수함이 적으로부터 추적당할 위험을 줄여주고 항구 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그는 “미국이 잠수함 기지 주변을 감시하고 러시아 잠수함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라 덧붙였다.

유럽 연합 회원국에 본사를 둔 유령 회사

이처럼 러시아가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각종 첨단 장비를 도입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EU 회원국인 키프로스에 본사를 둔 모스트렐로가 있다.

모스트렐로는 민간·상업용 프로젝트로 위장해 10년 넘게 미국, 영국, 노르웨이 측의 기업들과 거래하며 수출 통제를 피해 갔다.

모스트렐로와 거래한 기업들은 “불법 거래임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모스트렐로가 제공한 사용 목적이 정상적으로 보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계약서에는 러시아어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모스크바 소재 기업에 장비를 임대한다는 내용도 확인되었다.

이 밖에도 최근 우크라이나는 10월 대규모 공습에서 사용된 러시아 무기에서 10만 개 이상의 외국산 부품을 찾아냈다고 주장하고 있어 러시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