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미끄럼, 본능을 거스르는 역조향이 생존을 가른다
‘드드득’ 진동은 고장 아닌 ABS의 정지 신호다
빙판엔 크루즈를 끄고 기계보다 판단을 믿어야 한다

눈길 위에서는 뇌의 본능적인 명령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끄러운 도로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운전 상식을 뒤집는 용기가 필요하다.
“본능은 함정이다”… 스핀 순간 살리는 ‘역조향의 법칙’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주행 중 차의 뒷부분이 미끄러질 때 찾아온다.
차체 엉덩이가 오른쪽으로 빠지며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운전자는 공포감에 휩싸여 반사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꺾거나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바로 이 본능적인 행동이 차를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넣는다. 차 뒤쪽이 오른쪽으로 미끄러진다면 핸들도 같은 방향인 오른쪽으로 돌려야 차체가 바로 선다.

헷갈린다면 내가 가고자 하는 도로의 정면을 바라보며 핸들 방향을 그쪽으로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것이다.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퀴가 잠겨버려 조향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핸들은 부드럽게 조작하되 발은 페달에서 떼고 있어야 차의 자세를 바로잡을 기회가 생긴다.
“드드득은 고장이 아니다”… ABS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
브레이크 조작에서도 오해는 계속된다. 눈길 급제동 시 페달에서 ‘드드득’ 하는 요란한 소리와 진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고장이 아니라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ABS 시스템이 맹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소리가 들린다면 시스템을 믿고 오히려 페달이 부서질 정도로 끝까지 꾹 밟고 있어야만 차가 멈춰 선다.
또한 고속도로 주행 시 편리함을 주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빙판길에서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설정된 속도를 유지하려는 차는 빙판을 만나 바퀴가 헛돌아 속도가 줄어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스스로 급가속을 시도한다.
이는 순식간에 차를 회전시키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눈이나 비가 올 때는 반드시 기능을 꺼야 한다.
결국 눈길 운전은 기계의 힘을 맹신하기보다 기계가 오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이해하고 운전자의 본능을 제어하는 냉철함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