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크루즈 컨트롤, 편리함 속 숨은 대형 사고 위험
앞차 자국의 착시… 눈 위 ‘얼음 레일’의 실체
겨울 도로의 생존 조건, 기계보다 운전자의 판단력

눈발이 날리는 고속도로 위, 긴장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다 보면 조금이라도 피로를 줄이기 위해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버튼이 있다. 바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다.
“속도 지키려다 차까지 잃는다”… 빙판 위 급가속의 함정
맑은 날에는 운전자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눈길에서만큼은 이 버튼 하나가 차를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편안함을 위해 믿고 맡긴 첨단 기술이 도리어 운전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원리는 단순하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크루즈 컨트롤은 설정된 속도를 기계적으로 유지하려 든다. 이때 차가 빙판을 만나 바퀴가 헛돌아 일시적으로 속도가 줄어들면, 센서는 이를 오르막길 주행 등으로 판단해 출력이 부족하다고 오해한다.

결국 기계는 설정 속도를 회복하기 위해 엔진에 급가속 명령을 내리게 된다. 마찰력이 전무한 빙판길에서의 갑작스러운 가속은 곧바로 차체의 회전으로 이어지고, 운전자는 손쓸 새도 없이 대형 사고의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이 편리한 버튼을 누르는 것이 곧 차를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넣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차 자국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눈길의 숨은 함정들
기계의 배신뿐만 아니라 도로 위에는 운전자의 시각을 교란하는 함정들도 도사리고 있다. 흔히 앞차가 남기고 간 선명한 바퀴 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지만, 이는 위험한 착각이다.
갓 쌓인 눈 위를 지나간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져지고 눌려 이미 미끄러운 ‘얼음 레일’로 변해버린 상태다. 차라리 아무도 밟지 않아 눈이 소복한 곳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 타이어의 마찰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미 반질반질하게 광이 나는 바퀴 자국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 아이스도 구별해야 산다.
젖어 보이는 도로 위에서 앞차 바퀴에 물보라가 인다면 안전하지만, 물보라가 전혀 없다면 그곳은 100퍼센트 얼어붙은 빙판이다. 얼음 위에서는 물이 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열을 받지 못해 위아래로 찬 바람을 맞는 다리 위나 고가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더 단단하게 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눈길 안전은 첨단 기능이나 앞차의 궤적에 기대어 얻을 수 없다. 도로가 주는 미세한 신호를 읽고, 기계가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막아내는 운전자의 냉철한 판단만이 겨울 도로의 위협에서 우리를 지켜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