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실 주장하더니 “10개월 만에 돌변” …38명 목숨마저 앗아간 여객기 추락, 사실은 이랬다

러시아 미사일에 여객기 격추
뒤늦게 책임 사실 인정한 푸틴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한 전략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발생했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의 미사일이었음을 공식 인정했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타지키스탄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설명하면서도 러시아 미사일이 여객기를 직접 타격한 것은 아니라 강조했다.

38명이 사망한 여객기 추락 사고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그로즈니를 향해 비행하던 도중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추락했다.

당시 이 사고로 최소 38명이 사망했으며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직후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대공 미사일이나 그 파편을 맞아 추락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사고 직후 여객기가 세와 충돌했다고 강조하며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를 주장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아제르바이잔 측에 전화해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해 사과했으나 러시아의 잘못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아 지금까지는 여객기 추락 원인이 미사일이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뒤늦게 사고 원인을 인정한 러시아

그런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의 이번 회담을 통해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자신들의 미사일로 정식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당시 하늘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러시아 방공망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3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자국 미사일이 여객기를 직접 맞춘 것은 아니라며 미사일이 기체로부터 수 m 또는 약 10m 떨어진 곳에서 폭발해 여객기가 직격당한 것이 아닌 파편에 맞았을 것이라 말했다. 당초 조종사가 이 사고를 조류 충돌로 인식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보상과 법적 평가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아제르바이잔 측은 러시아가 자세한 정보 제공과 사고 원인 조사를 직접 감독한 데 감사를 표했다.

외교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전략

러시아가 다수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여객기 추락 사고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현재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인해 이란이나 북한 등 극히 일부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옛 소련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제르바이잔은 해당 여객기 사고 이후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하였으며 올해 6월에는 아제르바이잔 남성 2명이 구금 중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며 양국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선 러시아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에 양국의 본격적인 회담을 끌어냈다.

이 밖에도 러시아는 이번 일정에서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동맹 관계를 심화하는 공동 성명에 서명하는 등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행보를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