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없으면 군사 작전 불가?”…美 해군 ‘핵심 전력’이 울산 앞바다까지, 대체 무슨 일?

HD현대중공업, 미 해군 보급함 정비 첫 수주
울산서 ‘앨런 셰퍼드’호 대규모 점검 돌입
한국, 인도·태평양 해군 MRO 거점 부상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정비를 맡게 됐다.

울산 염포부두에 입항한 ‘USNS 앨런 셰퍼드’호는 약 4만 톤급 화물보급함으로, 오는 연말까지 안전장비 점검과 탱크 정비 등 대대적인 정기정비를 마친 뒤 다시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해군의 핵심 보급선을 한국 조선소가 책임 있게 손본다는 사실은 단순한 정비 계약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한국이 이제는 미 해군의 전력 유지와 직결되는 사업을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다.

미 해군 보급선, 울산서 ‘정비’…한국 조선소 신뢰 시험대

이번 프로젝트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지난해 체결된 함정정비협약, 즉 MSRA가 있다.

미국 해군은 일정한 시설, 기술, 보안 역량을 충족한 조선소에만 입찰 자격을 주는데, HD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을 통과해 문을 열었다.

이번 앨런 셰퍼드호 정비는 그 첫 성과다. 길이 210m가 넘는 이 보급함은 태평양 전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7함대를 지원한다. 탄약과 연료, 식량을 싣고 움직이는 배가 멈추면 작전도 흔들리기에, 정비는 곧 전력 유지와 직결된다.

사실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MRO 시장에 본격 진입한 것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3월 한화오션은 ‘USNS 월리 시라’의 대규모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한국 내 첫 미 해군 정기정비 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여기에 이어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 HJ중공업 역시 최근 미 해군 관계자의 현장 실사를 받으며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 정비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잡는 그림이 서서히 그려지는 셈이다.

미국이 맡긴 첫 보급함…한국 조선업, 군수지원 무대에 우뚝

업계 지형 변화도 눈에 띈다. HD현대중공업은 중형선 건조로 강점을 지닌 HD현대미포와 연내 합병을 추진 중이다. 건조와 정비 역량을 함께 강화해 향후 더 다양한 함정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정부 역시 동맹국과의 조선·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 한국 조선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앨런 셰퍼드호 정비 착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세계 최대의 해군 전력을 운용하는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의 조선소를 신뢰하며 맡겼다는 사실은 기술력과 운영 능력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동시에 한국이 단순한 상선 건조 강국을 넘어, 글로벌 군수 지원 체계 속에서 역할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어떤 배들이 울산과 거제를 찾게 될지, 그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